[세계타워] '공급폭탄 공약'이 걱정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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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만가구까지 나왔다.
다음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의 주택공급 공약 말이다.
대통령 경선을 앞둔 후보들이 너도나도 주택 '공급 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 주자의 공급 폭탄 의욕이 안타까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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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만가구까지 나왔다. 다음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의 주택공급 공약 말이다. 엇비슷한 250만가구도 있어서, 3만가구 ‘미니’신도시를 짓겠다는 또 다른 후보의 공약이 그럴싸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빚어진다. 그 역시 대통령 전용기가 이용하는 군 공항에 아파트를 넣는다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도 그렇다. 이분의 생각은 또 김포공항을 옮기고 그곳에 신도시를 세운다는 후보에 비하면 그나마 나아 보인다. 아파트가 이제는 북한과 지척에서 휴전·대치 중인 대한민국의 군·국가기간시설을 밀어내는 시대가 됐다. 다음에는 도심 접근성이 훨씬 좋은 국·공립대를 쫓아내면 되겠다.
대선 주자의 공급 폭탄 의욕이 안타까운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저들 중 누가 대통령이 되면 노태우정부 때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 이후 최대의 대량공급 시대가 한반도에 전개된다. 3기 신도시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이만하면 되지 않았을까. 1980년대 서울이나 서울과 연접한 성남, 안양, 부천, 고양에서 택지개발이 이뤄졌다. 집값을 잡았다. 다시 집값이 뛰자 1990년대 용인과 수원, 인천, 파주로 신도시가 멀어졌다. 2000년대 이후로는 화성, 안성, 평택, 의정부, 양주 등으로 더 남·북진했다. 이미 이들이 서울 중심에서 30∼40㎞ 이상 떨어져 있다. 이를 넘어선 수도권 신도시는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진짜 공급 폭탄을 터뜨리려면 후대에 온전하게 넘겨줘야 할 개발제한구역에 손댈 가능성이 크다. 3기 신도시 일부에도 그런 곳이 포함됐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추세, 1인 가구의 증가가 주택 수요를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다. 프랑스가 일찌감치 5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 건설을 법으로 금지한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 당장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조바심에 남발된 주택공급은 일본 도쿄의 유령 위성도시 같은 더 처치 곤란한 숙제를 후세에 남긴다.
공급 확대보다는 주택 재고의 질과 국민주거 향상이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틀어막은 은행 대출을 풀어나가는 게 시작일 것 같다. 전 국민에게 1000만원짜리 대출 통장을 안기겠다는 후보도 있는데 어려울 게 없다.
그래도 굳이 더 주택을 공급해야겠다면, 공공개발은 답이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개발은 시도는 좋았으나, 곳곳에서 주민 반대 등의 암초에 걸려 좌초되고 있다. 답은 지난 수십년간 한국의 부족한 주택을 메꿔 온 민간사업이다. 서울 집값이 급등한 2001∼2005년 전국 주택공급량 76%를 담당해 주거안정에 기여한 게 민간이었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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