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휴전' 후 與 첫 TV토론..명낙 신경전 속 '기생충','봉이 김선달' 등장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네거티브 중단' 선언 이후 첫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오늘(11일) KBS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3차 TV 토론에서는 비교적 거친 공방 없이 정책 논쟁이 이어졌는데,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을 두고 영화 '기생충'과 '봉이 김선달' 등 각종 비유법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을 놓고는 선두권 후보인 이재명, 이낙연 후보의 모호한 태도를 문제 삼는 성토도 이어졌습니다.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있었던 만큼, 신상 공방으로 흐르던 이전 토론보다는 차분했지만, 신경전 끝에 팽팽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통일 외교 분야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에서 후보들은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일제히 정부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부 후보들의 도쿄 올림픽 보이콧 주장을 놓고는 공방이 오갔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이재명 후보가 말을 바꿨다고 공세를 펼쳤고,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비판했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 "기본 안 된 기본시리즈"…기생충, 봉이 김선달도 등장
자유 주제로 진행된 후보 간 주도권 토론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 시리즈 공약을 두고 날선 공방이 오갔습니다.
박용진 후보는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기본적으로 다 문제가 있고 기본이 안 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고, 이재명 후보는 "재원은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안 하려는 사람들은 핑계가 원래 많다"는 맞받았습니다.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간 기본소득 논쟁에는 영화 기생충이 등장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좋아하는 영화가 '기생충'"이라면서 "영화 중 송강호의 집은 반지하 집이라 비가 오면 그대로 쏟아지고, 이선균은 그 비를 감상한다. 둘 다 똑같이 8만 원을 주는 게 정의로운가, 아니면 그 돈을 모아서 송강호네 집을 좋게 해주는 게 좋은가"라고 물었습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송강호에게만 지원하겠다고 세금 내라고 한다면 이선균이 세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이낙연 후보는 다시 "그건 부자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부자는) 사회에 기여하고 명예를 얻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정세균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기본주택 공약을 놓고 "분당의 10개만 한 것(주택공급)을 역세권에 한다는 건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며 "봉이 김선달이나 가능한 말씀을 한다. 전혀 근거도 없이 허장성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 '이재용 가석방' 놓고 후발 주자들, 명낙 때리기
현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놓고는 선두권 후보들이 모호한 입장이라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습니다.
추미애 후보는 "문제의 본질은 공정과 법치 아니겠냐"며 "그런데 재벌에게 또다시 기여함으로써 국민께 진 빚을 갚으라고만 한다"며 이낙연 후보의 입장을 비판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가석방이 사법 정의를 훼손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여러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일단 인정하고 존중하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김두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재벌들한테 이렇게 하는 것이 공정과 억강부약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고, 박용진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재벌이라고 특혜도 안 되지만 역차별도 안 된다'고 얘기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태원 SK 회장 가석방 때 한 말과 묘하게 똑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법 앞에 평등한 민주국가를 꼭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재벌에게 특혜를 줘선 안 되지만 불이익을 줄 필요도 없다고 했습니다.
■ 한미연합훈련 지지…도쿄올림픽·사드·균형자론 놓고 신경전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후보들이 비교적 일치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은 정부 입장 존중해야 한다", 이낙연 후보도 "한미가 조정한대로 훈련을 이행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정세균 후보는 "한미 훈련 규모를 축소함에도 남북통신선이 작동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 했고, 박용진 후보는 "군사안보에서 국민이 안심해야 더 유연히 남북관계를 펼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박용진 후보는 "올림픽 보이콧 주장은 정세균 후보, 이낙연, 이재명 후보가 했다"며 "즉흥적이고 외교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게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정확히 말하면 신중히 검토할 단계라 말했었다"고 했고, 정세균 후보는 "영토 문제와 올림픽 참가를 계량해야 한다면 당연히 영토 문제를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사드'와 관련해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향해 말 바꾸기 논란을 제기했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윤석열 씨가 최근에 사드가 중국용이라고 말하자 이재명 후보가 대형 사고라고 비판했는데, 이재명 후보는 2017년 '사드가 북핵 미사일 방어용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당시에는 사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금은 이미 사드 배치가 끝난 상태이기 때문에 상황이 바뀌면 다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대신 이낙연 후보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을 비판했던 발언을 공격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북아 균형자 역할을 하려면 강력한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는데, "이낙연 후보는 '국방력 강화는 주변국으로부터 불필요한 견제를 불러올 수 있어서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며 "그때 왜 반대했냐"고 따졌습니다.
이낙연 후보는 "균형자론이 과장돼 있다고 판단했었다, 국방력 강화만으로는 균형 외교는 어렵다는 취지였다"고 답했습니다.
■ 막판 팽팽한 신경전…"이런 게 바로 네거티브"
토론회 중반까지는 후보들 대부분이 선을 지키는 모습이었지만, 막바지에는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먼저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향해 "철거민들이 와서 항의하니까 몸싸움을 하고 고소·고발을 했다든가,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을 쫓아내고 겨울철에 전기를 끊었다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비판하는 시민들을 향해서 반말하는 것이 많이 회자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반말을 했다는 건 여러 대화 중의 하나를 잘라서 붙인 것"이라며 "전부 다 왜곡된 것이고 사실이 아니다. 이런 게 바로 네거티브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그러면서 "철거민한테는 제가 폭행을 당했고 그 사람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반박했습니다.
네거티브 중단 선언이 나오기까지, 책임론도 제기됐습니다.
정세균 후보는 "음주 운전자가 따로 있는데 벌금을 저보고 내라는 것 같아서 참 억울하다"며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가 소칼, 닭칼, 조폭까지 동원해 경선판을 진흙탕으로 만들어 놨는데, 네거티브 중단을 정말 실천하겠다면 조폭 등 흑색 선전을 퍼뜨린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계현우 기자 (ky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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