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흙수저 백수 독거고아 히키코모리'지만 유튜브에선 누구보다 당당했다
채널 운영자 김종옥씨 "아버지 죽음 후 내 감정을 어딘가 쏟아붓고 싶어"
시청자들 동질감 느끼며 "성공하는 모습도 보여달라" 응원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숨진 지 한 달 만에 발견된 20대 배달기사의 집에서 20~30개의 소주 빈 병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접한 뒤 최근 페이스북에 “우리 주변에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 그 안에서 이 순간 누군가 절망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고립감이 엄습할 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때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작은 관심과 위로를 건넨다면 선택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고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여기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여과 없이 담아낸 이른바 ‘흙수저 브이로그’로 주목받는 유튜버가 있다. 이 지사 말대로 ‘작은 관심과 위로’를 필요로 하는 자칭 ‘존못남’이지만 “나는 지옥을 믿지 않는다. 내가 사는 현실이 지옥이니까”라고 당당히 외치기도 한다.
이처럼 유튜브에선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특출나지 않아도, 가진 게 없어도, 흙수저로 태어났어도 ‘내 삶’ 자체만으로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고독한 흙수저’ 채널을 운영하는 김종옥(23)씨는 4분 분량의 ‘흙수저 백수 빈곤 브이로그’로 2만회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삶을 말했을 뿐인데 150명 이상이 댓글로 응답했다고 한다.
타인의 부러움을 살 법한 ‘다듬어진 하루’를 공유하는 게 보통인 브이로그에서 이런 틀을 벗어난 ‘날것’의 콘텐츠로 오히려 이목을 끈 셈이다.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김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부친마저 투병생활 후 먼저 떠나면서 혼자 세상에 남게 되자, 누구라도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시작했다. 김씨에게 유튜브는 ‘감정 쓰레기통’인 셈이었다.
유튜브라는 공개적인 장소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 더군다나 비참한 현실을 공개하는 일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오죽했으면 중학생 때 어머니회에서 반찬 받은 순간을 아직 잊지 못한다”라며 “당시 학급 반장이 반찬을 받을 동급생의 이름을 친구들 앞에서 (칠판에) 썼는데, 그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지면서 동정심의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게 너무 서러웠다”고 기억했다.
이어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어차피 죽으면 다 끝난다’라는 생각이 들자 오히려 걱정이 사라졌다”며 “원래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데, 유튜브로 소통하면서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삶의 변화를 설명했다.
구독자 5만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버 ‘살다보면’ 역시 ‘고시원 백수의 24시간 브이로그’로 81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고시원에서 7년 동안 살아온 이야기, 한달 생활비 10만원으로 살기, 독거 중년 재난지원금으로 장보기 등 있는 그대로 힘든 처지를 영상에 담고 있다.
이들에게 더는 ‘흙수저’는 치부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오히려 자신이 처한 어려운 환경을 솔직하게 고백한 덕분에 남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나아가 인생의 ‘하이라이트’만 편집한 듯 마치 누가 더 잘 사는지 겨루는 듯한 평범한 브이로그들 사이에서 전 재산이 적힌 허름한 통장과 빚을 공개하고 설날 옆집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혼자 사는 집을 청소하는 이들의 일상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렇듯 가공된 게 아닌 날것 그대로를 공유한 진솔한 콘텐츠에 많은 이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독한 흙수저의 영상에는 “속 이야기를 영상으로 올릴 수 있는 것 자체로 멋진 분”, “힘내세요. 우리에게도 성공할 기회가 오겠죠” 등을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주부인 50대 백모씨는 “마음이 아프다. 성공하는 모습도 꼭 영상으로 보고 싶다”고 남기기도 했다.
김민지 인턴 기자 als66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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