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요양 암 투병 할머니 "휴대폰 안 터져 불편해요" 요청에 LG유플러스 충북인프라팀, 전신주 28개 연결해 중계기 설치
[경향신문]
전화 받은 고객센터 최은지 상담사
“암 투병 아버지 생각나 연결 요청”
김명진 책임, 한전 가승인으로 설치
정순기 할머니 “눈물나게 고맙다”
3년 전 혈액암 판정을 받은 정순기씨(68)는 지난해 10월 항암치료를 마친 뒤 충북 음성군 소이면의 산 중턱에 농막주택을 짓고 지낸다.
재발률이 80~90%인 혈액암의 재발을 막으려면 공기가 좋은 곳에서 지내야 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신부전증이 있는 친정어머니도 모시고 왔다.
전기도 몇년 전에야 들어온 산골이지만 아들이 냉난방 시설을 해주고 물도 끌어올려줘서 지내는 데 불편함은 없었다. 문제는 무선통신이었다. 통신3사 모두 닿지 않는 지역이었다. 정씨는 “겨울에는 몇분 걸어 내려가면 겨우 전파가 잡히기도 했는데, 여름이 되니 숲이 우거져서 그런지 전화가 전혀 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씨와 어머니 모두 위급 상황이면 ‘119’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전화가 안 되니 불안함이 커졌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연락해도 처음엔 “서비스가 안 되는 지역이라 어쩔 수 없다”는 ‘정해진 답’을 들었다.
지난 6월25일 3번째로 정씨의 전화를 받은 최은지 상담사(38)는 달랐다. 최 상담사는 “암투병을 했던 아버지 생각이 났다”고 했다. 그는 전화 연결 방법이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사내 충북인프라팀에 요청했다. 그는 “얼마나 절박하면 ‘개인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개선하고 싶다’고 하실까. 전화가 안 될 땐 정말 큰일이 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충북인프라팀의 김명진 책임(39)이 현장에 가보니 전파를 잡아 중계기를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민 끝에 전신주를 통해 통신선을 연결키로 했다. 산속 1㎞ 넘는 거리에 28개의 전신주를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한국전력도 사정을 듣고 최대 2주 걸리는 승인에 앞서 전신주 사용 가승인을 해줬다. 그렇게 해서 지난 7월 말 정씨의 집에 무선통신이 연결됐다. 월 3만원대 시니어 요금제 고객 1명을 위해 공사비 700만원이 들었다. 김 책임은 “개통 작업을 마치고 고객께 전화했을 때 환호를 지르며 ‘눈물나게 고맙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집에서 김 책임을 만난 정씨는 “어머니나 나나 언제 119를 불러야 할지 모르는데 깊은 산골까지 전화를 연결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아들들의 불안한 마음도 덜하지 않을까 싶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책임의 손을 잡고 “고객센터 아가씨(최 상담사)와 이 청년(김 책임)에게 밥이라도 한끼 해 먹이고 싶다”고 했다. 정씨의 둘째 아들 조대현씨(42)도 “어머니와 연락이 안 되니 걱정돼서 일주일에 2~3번씩 찾아왔는데 이제 한시름 놨다”며 웃었다. 사연을 전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뼛속까지 고객 중심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고객의 사정을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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