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달 전 이준석 영상 회자.."유승민 대통령 만들어야, 윤석열 되면 지구 떠나야"
전대 3달여 앞 "난 당대표 먹을 거야".."대통령 만들 사람 있어, 유승민"
'경준위 월권 공방' 원희룡 "의혹 해명 않으면 당대표 자격 없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내 대선주자로 합류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및 친윤(親윤석열) 인사들, 지도부와 대립하는 가운데 이 대표가 불과 약 5달 전 윤 전 총장의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지구를 떠야지"라고 발언한 사실이 11일 정치권 안팎에서 회자 되고 있다. 당시 이 대표가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으로 거명하며 "내가 당대표를 먹을 거야"라고 장담한 것으로도 알려지면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 사이에선 "의혹을 씻어내야 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이날부터 이 대표가 지난 3월6일자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 방송에 정기 출연해 한 발언이 담긴 영상이 돌고 있다. 당시 출연자들은 이틀 전 공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 이슈, 야권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기 전이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영상을 보면 이 대표는 혹자로부터 '너 이러다가 안철수 서울시장 되고 윤석열 대통령 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받았다면서 "지구를 떠나야지"라고 말한 뒤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난 문재인 대통령 되면 이민 간다고 2012년에 했던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달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줄곧 압박하며 신경전을 벌였고, '치맥 회동'으로 화해 무드를 구축하는 듯 했으나 닷새 만의 '기습 입당'으로 반격을 당했다. 이후 이 대표가 주도한 당 경선준비위원회 기획 일정에 윤 전 총장 등 상위권 주자들이 불참하면서 '주도권 다툼'이 심화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휴가에 돌입하기 직전 윤 전 총장의 '후쿠시마 원전 발언'을 꼬집는 등 견제를 거듭했고 이날도 윤 전 총장의 측근 인사들을 '하이에나'에 비유하며 SNS 공방을 벌였다.
당시는 6·11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 일정이 구체화하기 석달여 전으로, 국회 이 대표가 당권 의지를 드러내거나 유 전 의원을 거론한 대목도 주목 받고 있다. 함께 출연한 탈문(脫문재인) 성향 유재일 시사평론가가 '안철수 서울시장 되고 윤석열 대통령 되면 이준석은 국회의원이 된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자 이 대표는 "난 당대표 될 거야"라고 단언했다. 뒤이어 '이준석을 품지 않을 사람들이면 서울시장 안 되고, 대통령 못 된다'라는 언급이 나오자 이 대표는 거듭 "아니야. 나는 당대표를 먹을 거야"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윤 전 총장의 대권 가능성을 두고는 "난 윤 전 총장이 단독으론 어렵다고 보고, 윤 전 총장이 좋은 업자랑 같이 결합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당시 매일신문 소속이던 최훈민 기자가 '(윤 전 총장이) 야 너 와라 이러면 어떡할 거냐'라고 묻자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니까"라고 받아쳤다. '누구?'라는 질문엔 "유승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유 평론가가 '유승민계가 김종인(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없이 당권 잡을 수 있나'라고 물었을 땐 "내가 (당권을) 잡을 거야. 유승민계가 잡는 게 아니라"라며 "유승민계는 이름만 '계'라 붙여서 그렇지 자영업자 연합체 비슷한, 협동조합 비슷한 것"이라면서 "그렇게까지 지령이 잘 먹히는 팀은 아니다"고도 했다.
유 평론가가 옛 새로운보수당 출신 인사들을 응원하며 "유 전 의원과 주변 사람들이 당권을 장악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이 대표는 "나랑 하태경 의원이랑 (당대표 선거에 나가서) 단일화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내용이 회자 되자, 이 대표와 '경준위 월권 논쟁'을 벌이던 원 전 지사는 이날 오후 MBC '이슈 완전정복' 방송에 출연해 "지금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많은 이야기가 돌고 있다. (이 대표가) 지구를 떠난다고 했다거나,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거나 등등"이라고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 관련 발언을 간접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저는 그걸 믿고 싶지 않다"면서도 "왜냐 하면 그런 식의 불신과 의혹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당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 말끔히 그 의혹을 씻어 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원 전 지사는 "의혹을 씻은 상태에서 그런 공정성이라든지 어떤 뒤에 의도나 음모가 있을 여지가 있는 점에 아예 들어서지를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 이 대표가 오늘도 (친윤 중진) 정진석 의원을 보고 무슨 동물의 왕국의 뭘 가지고 표현을 했던데, 이렇게 절제 안 된 언동으로 갈등을 부추기고 지지자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그는 경준위에 관해선 "현재 경준위가 어제(10일) 특히 경선 규칙, 방식, 일정 다 일방적으로 발표를 하더라"라며 "당의 최고위원회와 당의 의사 결정 그리고 당의 후보들과 당의 주요 인사들과의 소통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를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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