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비웃듯..7월 가계대출 '급증'
[경향신문]
금리 인상 예고에도…은행권 9조7000억 늘어, 7월 기준 ‘사상 최대폭’
제2금융권 포함 땐 한 달 새 15조 증가…규제만으로는 억제 한계 지적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폭이 7월 기준 역대 최고인 9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됐지만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통화당국이 8월 중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의 급속한 증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1년 7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1040조2000억원으로 6월 말보다 9조7000억원 증가했다. 7월 기준으로는 2004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모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5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6조1000억원이 불어나며 6월 증가액(5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7월 증가액 기준으로 2015년 7월(6조4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잔액 280조8000억원)은 3조6000억원 증가했다. 6월(1조3000억원) 증가폭의 두 배가 넘는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카카오뱅크,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을 위한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타대출 증가액은 7월 증가액 기준으로 2020년 7월(3조7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 관련 개별대출, 집단대출, 전세자금대출이 고르게 늘었다”며 “기타대출에는 가계의 생활자금 수요도 있겠지만 7월에 연이어 있었던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은행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도 지난달 15조2000억원 늘어 6월(10조3000억원)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적용 대상을 개인 차주로 확대하는 등 한층 강화된 대출 규제를 시행 중이다. 여기에 한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신호와 정부의 거듭된 가계부채 위험 경고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박성진 차장은 “현재로서는 주택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 수요,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 수요, 코로나19 관련 생활자금 수요 등 대출 수요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만으로는 가계대출 억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 상황 악화로 가계대출 증가는 불가피하다”면서 “무리한 규제로 총량을 조절하기보다는 유동성 공급 자체를 축소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8월 금통위가 통화정책 완화 정도 조정에 대해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관건은 코로나19 확산세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서도 “오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으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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