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떠나는 경제부처 고위급들 "장차관 해서 뭐하나"

정석우 기자 2021. 8. 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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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주요 경제 부처의 1급 공무원들이 줄줄이 공직을 떠나기로 해 정부세종청사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1급 공무원은 장관이나 차관 바로 아래의 차관보급 고위직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실력을 인정받은 관료들이 많습니다. 신영호(53‧행정고시 35회)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도 그런 경우입니다. 경쟁정책국장, 시장감시국장, 대변인, 카르텔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작년 1월에 임기 3년의 상임위원이 됐습니다. 아직 임기가 1년 4개월쯤 남았는데 그만두고 충청권에 있는 한 사립대학 교수로 옮긴다고 합니다.

공정위 선후배들은 “신 상임위원이 장차관 꿈을 포기하고 인생 2모작을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합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 공직자들은 퇴직 후 3년간 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 취직할 수 없지만, 전문성을 살려 대학교수로 가는 것은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공정위의 고참 사무관은 “신 위원은 실력과 덕망을 두루 갖춘 간부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웠는데 이렇게 떠나게 돼 아쉽다”고 했습니다.

경제 부처의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승준(57)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1급‧행시 35회)이 오는 9월 9일 임기가 끝나는 장호현 한국은행 감사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예산실 출신의 강 관리관은 김동연 부총리 비서실장과 공공정책국장, 재정관리국장 등을 거쳐 작년 10월 1급으로 승진했습니다. 그런데 1년도 안 돼 공직을 그만두는 것입니다.

한 경제 부처 서기관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나 여당 입김이 강해지면서 공무원으로 뜻을 펼치기 어려운 환경이 되자 공직을 떠나는 유능한 관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물론 공직자들에게도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고 100세 시대이니 이들의 인생 2모작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리더가 될 수 있는 관료들이 이탈함에 따라 정권의 지시만 충실히 따르는 ‘영혼 없는 관료’들만 공직에 남게 될까 봐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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