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정점 안 와"..거리 두기만으론 한계
[경향신문]
하루 확진 2200명 넘어 ‘새 국면’…휴가철 이동·델타 변이 원인
정부 “이동 자제” 호소에 일각선 치명률 따른 ‘방역 전환’ 주장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200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00명 이상 확진 규모는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발생 후 처음으로, 지금까지 경험한 1~3차 유행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한 달 전 “8월 중순 하루 확진자 수가 2331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경고는 현실이 됐고, 자칫하면 확산세가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은 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4단계에도 전방위 확산세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28일(1895명) 이후 불과 2주 만에 1900, 2000, 2100명대를 건너뛰고 2200명대로 직행했다. 11일에도 오후 9시까지 신규 확진자 수는 1833명을 기록했다. 12일 0시 기준으로 2000명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2000명대 확진자가 나온 원인으로 ‘휴가철’과 ‘델타 변이’를 꼽았다.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복귀하면서 2~3차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델타 변이 유행이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5주차에 접어든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도, 3주차인 비수도권 3단계도 통하지 않았다.
이미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이 많은 상황에서 잦은 이동과 만남은 확산을 키웠다. 지난주 이동량은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3차 유행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던 지난 1월보다는 30% 높다. 강도 높은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져 이동량 감소효과가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방역당국은 “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백신 접종 효과로 치명률이 낮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12월 3차 유행 당시 1.4%대를 기록하던 누적 치명률은 이날 0.99%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확진자 규모가 불어난 만큼 위중증 환자는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확산세가 언제까지, 얼마큼 늘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이 정점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 거리 두기만 호소
백신 도입이 늦어진 데다 수급 차질까지 생기면서 예방접종 완료율은 인구의 15%대에 불과하다. 최근 모더나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서 50대 이하 연령층의 1·2차 접종간격이 6주까지 늘어났다. 접종 완료율을 높이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백신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방역당국은 현재의 거리 두기 외에 추가 방역조치도 검토 중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현재 하고 있는 방역조치로는 확산세를 차단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이번 주말 광복절 연휴에 부디 이동과 여행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낮은 치명률을 근거로 ‘방역체계 전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독감 같은 풍토병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하면서 방역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접종률이 높아져도 코로나19 유행은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 논의를 시작해야 한 달 뒤쯤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방역체계 전환은 필요하지만 당장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을 하지 않아) 지금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생기면 중환자와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할 텐데 우리 사회와 의료체계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백신 접종과 거리 두기가 조화롭게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노도현·김향미·이혜리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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