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사전연명의료의향서
[경향신문]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내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호주의 호스피스 간호사인 브로니 웨어가 말한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다. 그는 수년간 임종 직전의 사람들을 보살피며 그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털어놓은 후회들을 이렇게 정리했다. 내 뜻대로, 일 좀 덜하고, 화날 때 화내면서, 친구들 챙기며, 더 행복하게 지낼걸…. 어찌보면 평범하고 소소한 얘기다. 하지만 누구도 후회 없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톨스토이는 말했다. “산다는 것은 죽는 것과 같다. 잘 산다는 것은 잘 죽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잘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또 “세상에는 죽음만큼 확실한 게 없는데 사람들은 겨우살이 준비는 해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인간다운 삶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죽음은, 위험 없는 죽음을 생각할 때보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때 더 견디기 쉽다”고 했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성찰하게 하는 경구다.
2018년 2월부터 국내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됐는데, 이후 3년6개월 만인 최근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등을 미리 직접 작성하는 서류다. 19세 이상 1000명당 22.4명(2.2%)이 참여했다고 한다.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무의미한’ 연명의료가 존엄성을 해친다는 공감대, 죽음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이다. 2020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85.6%가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반대 의사를 밝혀 참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며 이른바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아름답고 품격 있는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것이다. 웰 다잉은 결국 얼마나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느냐에 연결돼 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쉽지 않아도 반드시, 깊이 생각해볼 숙제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장 4800만원을 어디서 구합니까”···서민들 ‘날벼락’
- “부부싸움” 농담, “하나만 해” 반말, “무식” 반박…윤 대통령, 125분간 26개의 답변
- ‘충격’ 토트넘, 손흥민에 재계약 불가 통보···1년 연장 옵션이 끝 “태도 바꿨다, SON 측은 충
- [속보] “아내 순진…잠 안 자고 내 폰 봐서 ‘미쳤나’ 그랬다” [대통령 기자회견]
- [단독] 명태균 의혹 제보자, 대통령 회견에 “명, 김건희와 수시로 통화했다고···거짓말 누가
- 명태균 “정진석·권성동·장제원 누르려고 내가 윤상현 복당시켜”
- “펑! 하더니 사람 떨어져”···부산 빌라 화재, 5층 주민 추락사
- 친한계 “안 하느니만 못해” vs 친윤계 “진솔한 사과”···쪼개진 여당
- “이게 사과냐” “해명은커녕 파국”···윤 대통령 담화에 들끓는 시민사회[대통령 기자회견]
- [속보] 윤 대통령, 무엇에 대한 사과냐 묻자 “구체적 언급 어렵다” [대통령 기자회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