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 로버트 제임스 월러 [이응광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넘버를 넘나드는 공연을 준비하던 중,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이중창을 알게 됐다. 외지인 로버트가 가정이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함께 떠나자고 간곡히 설득하는 장면에 등장한다. 이 노래는 극의 전개상 아주 중요하다. 둘의 관계를 불장난이 아닌 ‘진정한 사랑’으로 느껴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으로 읽을 땐 한번쯤 꿈꿀 만한 해프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신반의하며 영화로 넘어가 주변 상황과 인물을 배제하고 두 사람만 바라보았다.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눈빛, 대화, 몸짓만 살폈다. 그러고 나서야 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단 나흘간의 사랑’이라서 불륜이라 한다면 잘못이다. 그들의 대화는 적어도 40년 세월을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로버트의 사랑을 의심한다면 그 또한 잘못이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 이후 누구에게도 같은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 프란체스카가 그를 만난 것을 질책한다면, 나머지 세월 동안 했던 남편과 자녀에 대한 그녀의 헌신을 상기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이 책은 그 의미를 다시 일깨웠다. 사랑의 깊이는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 대상에 집중하는 것, 있는 그대로를 그의 처지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사랑의 밀도 역시 진실성과 지속성이 있을 때에만 촘촘해진다. 두 사람은 시간을 뛰어넘는 대화를 나눴고, 사랑의 진실을 지속적으로 증명했다. 이보다 더 진실한 증명이 어디 있을까.
나는 ‘바리톤 가수로서의 삶’을 사랑한다. 세월과 더불어 목소리와 연기가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세월이 흐른 뒤 로버트의 유품이 프란체스카의 품으로 왔듯, 내 노래들이 오랜 시간 뒤에도 청중의 마음속에 흐르기를 소망한다. 찬란한 노래를 꿈꾸며, 나흘 중 하루 같은 진실한 마음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어본다.
이응광 바리톤 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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