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완료 60% 영국, 전문가 "확진자 대신 환자수 집계 관리"

최하얀 2021. 8. 1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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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덕 치명률 낮아진 점 내세워
다른 호흡기 질환처럼 대응 주장
"영국민 25% 매년 감염될 것" 전망도
코로나19 확진자수 3만명대를 넘어선 지난 6일(현지시각) 런던 중심가인 옥스포드 거리를 마스크 쓴 행인들과 쓰지 않은 행인들이 뒤섞여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의 접종완료자 비율이 인구 대비 60%에 가까운 영국에서 ‘앞으로는 확진자 수가 아니라 환자 수를 집계해야 한다’는 백신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이제는 코로나19를 ‘별도 의료기관 치료가 필요한’ 환자만을 관리하는 다른 질병들처럼 대해야 한다는 취지다.

옥스퍼드대학 ‘백신 그룹’을 이끄는 앤드루 폴러드 교수는 10일(현지시각) 영국 여야 의원들이 주최한 온라인 회의에서 “(백신 접종 완료자가) 심각한 감염증 증상을 보이는 사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확진자 통계’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또 “향후 백신의 예방효과가 떨어진다 해도 이는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폴 헌터 이스트 앵글리아대 교수도 “이제는 집계 대상이 확진자에서 환자로 바뀌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제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확진자) 숫자가 크다는 이유로 두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겨울철 호흡기 질환과 관련해 보건당국이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처방을 받는 환자만 집계하듯이, 코로나19 유행에도 그렇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접종 뒤 중증·사망 예방효과 80~90%…영 정부, 봉쇄완화 출구전략

여기엔 백신 접종을 완료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는 있어도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는 위험이 매우 낮아진다는 판단이 깔렸다. 실제로 영국 공중보건국(PHE)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를 종합하면, 백신 접종 뒤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중증이나 사망 예방효과는 80~90%에 이른다.

영국은 접종완료 비율이 높아지면서 봉쇄 조처를 완화하는 출구 전략을 시행해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3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 대면수업을 재개하는 등 단계적으로 각종 제한 조처를 완화하다가 지난달 19일 거의 모든 제한을 자율로 대체하는 봉쇄 해제 로드맵 4단계를 실행했다. 다만 개인 위생수칙 준수, 실내 마스크 착용, 사람 간 거리두기 유지, 유증상 때 검사와 자가격리 등은 계속 권고한다. 또 재택근무 중인 공무원들을 9월부터는 한달에 4~8일은 출근하게 하려던 계획을 이달 초 잠정 보류하는 등 일상 복귀 속도를 둘러싼 고민도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영국의 하루 확진자 수를 주간으로 평균을 내면, 4단계가 시행된 직후인 지난달 22일 4만5천여명에서 이달 8일 2만7천여명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하루 사망자 수는 44.3명에서 89.7명으로 증가세다. 지난 겨울철 유행 정점 이후에 하루 1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던 것에 견주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접종완료자 비율이 58%에 이르는 데다 지난 겨울철 많게는 하루 5만~6만명이 확진됐던 대유행을 거치며 생긴 자연면역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델타 변이 전파력이 강한 데다 미접종 인구도 있기 때문에 확진자는 꾸준히 발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폴 헌터 교수는 “영국 국민의 25% 정도가 매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증·사망 방지효과 뚜렷…부스터 샷 불필요” 주장도

영국에서는 백신이 델타 변이에도 중증·사망 효과가 높다는 점이 뚜렷해지면서, ‘부스터 샷’(3차 접종)이 당장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폴러드 교수는 접종완료자에 대한 추가 접종 여부는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접종완료자 가운데 중증 환자나 사망자가 늘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가 접종용 백신이나 어린이 접종용 백신을 앞으로 6개월 안에 사망에 이를 위험이 큰 제 3세계 사람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부스터 샷을 준비하는 선진국들에 추가 접종 중단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날 가난한 나라들에 백신 관련 지원을 하기 위해 77억달러(약 8조8500억원)의 긴급 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이 보도했다. 마리안젤라 시망 보건기구 사무총장보는 이날 온라인 회의에서 “기술이 있으면 사람들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도덕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한 나라씩 차츰 바이러스 대유행을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며 “각국이 대유행을 극복하도록 돕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하얀 신기섭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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