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라벨을 제거했더니..'돈쭐'이 나기 시작했다
[편집자주]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플라스틱이 변신중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 파괴를 막는 친환경 제품화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고,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도 동력이 되고 있다.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
"같은 가격이라면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겠다."
지난해 한 대기업 계열사가 조사한 설문에서 소비자의 93.4%가 이같이 답했다. '불매'와 '돈쭐' 현상으로 대표되는 최근 소비자의 적극적인 소비행태는 친환경 제품 판매 기업에게도 적용된다는 의미다.
11일 유통산업분야에 따르면 이런 결과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식음료업계다. 먹고 마시는 음식 포장에 많은 쓰레기를 양산했던만큼 재활용률을 높이는 제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가장 활발한 분야는 생수시장이다.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제주개발공사의 '제주삼다수'를 비롯해,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농심의 '백산수', 코카콜라의 '강원평창수' 등 시장 선두권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줄줄이 라벨프리 제품을 내놨다. 음용이 끝나면 바로 분리배출이 가능한 제품들이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제품 정보는 묶음용 포장에만 표기했다.
회수한 페트병은 재활용이나 새활용으로 재순환시킨다. 일례로 제주삼다수는 가정용 배송서비스 '삼다수앱'을 통해 전국에서 수거한 투명페트병을 SK케미칼과 함께 리사이클 제품으로 생산한다.
이런 분위기는 음료시장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탄산음료 중 처음으로 라벨을 제거한 '씨그램'을 출시한 코카콜라는 최근 이온음료 '토레타' 등의 라벨프리 제품을 선보였고, 보리음료 등에서도 무라벨 제품이 속속 출시됐다.
무라벨 제품 판매 증가는 지난해 12월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조치 영향이지만 소비자의 호응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호응도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CU의 무라벨 PB생수 'HEYROO'다. 지난 2월 출시 후 한달간 이전제품 대비 78.2% 판매가 늘었다. 같은 기간 생수 전체 매출이 20.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제과업계는 소비자의 적극적인 요구로 플라스틱 포장재가 친환경 소재로 바뀌는 사례다. 환경단체가 홈런볼의 플라스틱 트레이를 환경에 위해된다고 문제제기한 것이 이런 분위기에 불을 당겼다. 플라스틱 트레이를 쓰지 않으면 과자가 부스러지는 등 품질 이상을 호소했던 해태제과는 이런 여론에 결국 친환경 공장을 신축하기로 했다.
크라운해태는 신축하는 충남 아산 과자공장에 토지비를 제외하고 450억원을 투입한다. 홈런볼, 에이스, 후렌치파이 등을 생산을 주력으로 하게 되는데, 태양광 발전설비와 저녹스 보일러를 사용하는 저탄소 설비 뿐 아니라 여기에서 생산된 제품의 용기를 친환경 소재로 바꿀 예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다른 회사들도 친환경 포장에 소매를 걷어부쳤다. 롯데제과는 제품 용기나 받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2025년까지 25% 저감하고, 모든 영업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변경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포장재는 '카카오 판지'다. 한솔제지와 손잡고 카카오 열매 성분을 활용해 플라스틱 트레이를 대체할 친환경 종이포장재 '카카오 판지'를 개발했다. 롯데제과는 카스타드를 시작으로 칸쵸, 씨리얼 등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연내 순차적으로 없앤다는 계획이다.
종이 용기를 기술 개발은 화장품업계로도 확장됐다. 아모레퍼시픽은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화장품 포장용 튜브를 대신하는 종이용기를 개발해 탈 플라스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착한 소비'를 겨냥한 친환경 포장 바람은 코로나19(COVID-19) 유행 지속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를 계기로 지속될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와 소비자의 능동적인 구매행태가 맞물리면서 친환경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경영이 아닌 구체적 성과가 드러나도록 소비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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