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시리즈의 사진작가 이명호 신작 공개 [전시]

양형모 기자 2021. 8. 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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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이정근 2인전 'Two Times'
팬데믹 시대를 담아낸 작업 선보여
8월 2~8월 31일 룬트갤러리
미국 LA 장 폴 게티 미술관이 영구 소장하는 등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사랑받는 사진작가 이명호가 신작을 선보였다.

사진작가 이명호(45)가 제자 이정근(33)과 2인전 ‘Two Times’전을 8월 2일 개막해 8월 31일까지 서울 용산구 룬트갤러리에서 개최한다.

기획자 김효원이 기획을 맡은 이 전시에서 이명호 이정근 작가는 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는 시선을 담아낸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이명호 작가는 사진을 통해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확장 등을 꾸준히 시도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대표작인 ‘나무’ 시리즈는 기존 작가들이 나무를 보고 그리는 것을 뒤집어 현실의 나무 뒤에 흰색 대형 캔버스를 설치하고 카메라로 촬영해 실재하는 나무 자체를 조명하고 드러내는 발상으로 시선을 모았다.

드러내고 사라지게 하는 상반되는 개념을 다채롭게 실험하는 작업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사진은 물론 삶을 진지한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에서 그동안의 작업과 다른 신작을 선보였다. 유리로 만든 상자 안에 작은 풀 사진을 프린트해 레이어드한 설치작업이다. 유리 상자안에 담긴 작은 들풀 사진은 크기가 작아 처음에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조금 찬찬히 살펴보면 작은 들풀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명호 작가는 “시간이 쌓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늘 생각한다. 물리학에서는 시간은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가상과 실재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이번 작업이 나왔다.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매일매일 작업에 대한 생각들이 켜켜이 쌓이다가 어느 순간 떠올랐다. 시간의 궤적을 쌓아서 입체적인 효과를 내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이라는 게 결국 레이어와 레이어, 즉 층위와 층위의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 한 장 속에 들어있는 레이어가 어떻게 해석되느냐가 중요하다. 그걸 상징화해 여러 장의 유리를 이용해 겹쳐 배치해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효과를 냈다. 작은 식물 이미지들을 레이어드 시켜 놓으니 실재하는 식물처럼 느껴진다. 사진이라는 게 3D를 2D로 압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그걸 다시 3D로 환원한 셈이다.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보자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유리 상자 안의 작은 들풀은 마치 우리가 아끼고 돌보아야 할 자연을 상징하는 듯하다. 특히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는 물론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내달리는 기후시계를 멈춰 세워야 한다고 일깨운다.

이정근 작가는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해진 현 상황을 보다 직접적인 사진언어로 제시한다. 오브제 앞에 반투명한 간유리를 설치하고 촬영해 오브제의 원래 형체를 알 수 없게 한 ‘DEAD PAN’ 시리즈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많은 것들이 모호해진 현 팬데믹 시대를 상징한다.

이정근 작가는 “결혼하고 나서야 아내가 탕수육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별일 아닌 이 탕수육 에피소드는 내가 잘 알던 것에 대한 불신이 피어나는 계기가 되었고, 작업도 불명확하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DEAD PAN’ 작업이 나왔다. 이를 보고 어떤 사람은 달 같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꽃으로 보인다고 한다. 이 불투명의 모호함은 또다른 심볼이나 형태를 보여준다. 팬데믹으로 세계가 더욱 모호해진 현상을 사진 안에 담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명호 이정근 작가의 작업은 ‘레이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명호 작가의 작업은 유리와 유리가 레이어드됐고, 이정근 작가의 작업은 오브제와 간유리가 레이어드됐다. 이처럼 하나, 둘 층위를 통해 존재, 삶, 관계, 예술에 대해 환기하게 한다.

결국 이명호-이정근 작가의 작업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로 인류의 삶이 위협받는 현 상황에서 힘겹게 코로나 시대를 견뎌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지금 우리는 더 작고 소중한 것을 들여다보고 가꿔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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