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K방역]②"삼바 생산 모더나백신 우선 확보해야"
모더나 설득해 내수용 확보 절실
한미 동맹 기반 공여·스와프 등 외교력 총동원
"유통기한 임박 백신이라도 구해야"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K방역’은 그간 국민들의 적극적인 방역수칙 협조와 희생을 통해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코로나19에 대응할 백신을 원활히 수급하는 일이었지만, 늑장 계약으로 지금의 혼란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현재 상황에서의 백신 수급 타개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모더나 생산분의 우선 확보 △백신을 풍부히 확보하고 있는 미국으로부터의 지원 △외교·정보력 을 통한 추가백신 확보 등을 꼽았다.
가장 현실적인 돌파구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생산분을 우선 확보하는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5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서 모더나사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정부는 8월 말 완제품 시범생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언급대로라면 이르면 9월부터는 국내에서 본격적인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어느 정도 물량의 모더나 백신을 생산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일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간 36만 4000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1위 위탁생산(CMO)기업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물량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모더나 백신의 유럽 생산을 맡고 있는 스위스 론자는 28만ℓ로 3위다.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하는 모더나 백신을 바로 내수용으로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모더나는 전 세계 각국과 백신을 계약했고, 한국은 주요 국가보다 늦은 지난해 12월 31일에야 4000만회분(2000만명분)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인도도 아스트라제네카 국내 생산분을 내수용으로 돌린 적이 있다”며 “우리도 모더나에 이같은 방침을 관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른 방법들은 모두 외교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 공여 혹은 스와프(Swap)가 요구된다.
미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백신 제조사들이 필요한 원료와 제조 설비를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최대 백신 생산국인 미국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얀센 백신 100만회분을 공여받기도 했다. 미국은 모더나 300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 500만회분을 이웃국가인 멕시코에 보낼 예정임을 밝히기도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보면 미국이 사실상 백신 공급을 꽉 잡고 있다”면서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받아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밖에 ‘이삭줍기’ 식으로 주요 선진국에서 쓰지 못하는 유통기한 임박 백신이라도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유통기한이 2개월 이상 남은 코로나19 백신 잔여 회분을 회수하고 있다. 물량은 230만회분에 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폴란드에서는 7만 3000여회분, 독일에서는 6만회분, 프랑스에선 5만회분 이상의 백신이 폐기됐다. 정부가 이스라엘로부터 화이자 70만회분을 스와프 형식으로 받았듯이 외교력을 총동원해 추가 백신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한다는 의미다.
그간 정부 실책에 대한 처절한 반성도 요구된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백신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물량은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는 천천히 대처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라고 언급했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은 국립암센터 교수 시절인 지난해 11월 “화이자·모더나는 훨씬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굳이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늑장 계약이 불러온 지금 사태에 대한 사과보다는 “백신을 소수의 해외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가 백신 수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해 국민 인식과 괴리됐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박경훈 (vi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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