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참석 갈등에 빠진 윤석열.. 캠프선 "기운 경기장에 출전 강요"

尹, 경준위 압박에 "적극적 검토"
캠프 "기운 경기장에 출전 강요"
불참 땐 지도부와 갈등설 나오고
참석 땐 경쟁자에 집중견제 우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오른쪽)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에서 정점식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내놓은 예비후보 토론회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윤 전 총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긍정 반응을 보였지만 캠프 내부에선 참석을 압박하는 경준위와 이준석 대표에 대해 “흠집 내기”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예비후보 토론회 참석 여부가 당내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경선 버스가 출발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재선의원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토론회 참석에 대해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경준위는 전날 회의에서 오는 18, 25일 대선 예비후보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위원장 서병수 의원은 “13명 후보 모두가 참석하길 간곡하게 바란다”며 당 예비후보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토론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 캠프 내부에서는 전례 없는 경선 전 토론회 개최에 깔린 의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또 당 예비후보 등록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토론회 참석은 절차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윤 전 총장은 후보 등록 시점에 대해 “오는 30일 바로 할지, 예비후보 등록 후 본 후보로 등록할지 논의하겠다”며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정치신인으로 토론회 경험이 부족한 윤 전 총장 입장에서는 참석이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집중견제가 뻔한 기울어진 경기장의 출전을 강요하는 것은 흠집 내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토론회에 불참하면 지도부와 갈등설이, 토론회에 참석하면 집중견제와 혹시 모를 ‘실언 리스크’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참석에 긍정 반응을 보이며 윤 전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유승민 전 의원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당 공식 일정이나 토론을 거부하고 모든 일정을 보이콧을 하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연합뉴스

당내에서도 경준위와 이 대표의 예비후보 토론회 개최를 비판과 함께 이 대표만 주목받는 경선 구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 대표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고 경선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는 자리일 수 없다”며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전력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경준위가 출범할 때 이런 일(토론회 확정 등)을 하겠다고 보고한 적도 없고 용인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정진석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돌고래로, 다른 후보들을 고등어와 멸치로 빗댄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