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과 윤석열은 왜 대립할까..'투스톤'의 이유있는 신경전 [뉴스분석]

박순봉·유정인 기자 2021. 8. 1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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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내 ‘1위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계속되는 신경전은 필연에 가깝다. ‘30대 당 대표’라는 혁신의 역사를 써낸 이 대표는 대선 국면에서도 ‘관리자’ 역할에만 만족할 수 없다. 윤 전 총장은 당의 전권을 부여받게 될 대선 후보 자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두 사람이 당 주도권을 두고 대선 후보 최종 결정 전까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존재감을 키우고 싶은 이 대표로선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이 나쁘지 않은 소재다. ‘후보의 시간’을 기다리는 윤 전 총장이 굳이 이 대표에게 굽힐 이유까진 없다. 다만 ‘준스톤’과 ‘윤스톤’ 모두 공동의 목표인 대선 승리를 위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이다. ‘투스톤’ 갈등은 이어지겠지만 필요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에서 ‘치맥회동’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준스톤’의 이유있는 도발

이 대표는 당권이 대선 후보에게 넘어가는 대선 후보 선출일(11월9일)까지 ‘이준석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단순 관리자가 아닌 대선 승리의 중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에도 20·30세대 남성들의 지지라는 자신의 ‘영토’를 활용해 주요 역할을 하려고 한다. 대선 때 후보에게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당 대표는 관리자에 머물렀던 과거 사례와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1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선 후보는 이 대표를 배제하고는 본선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며 “20·30세대 지지를 구축하는 것이 이 대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경북 구미시(갑) 당원협의회 간담회에서, 그리고 지난 8일 경북 안동 토크 콘서트에서 현재 구도로는 대선에서 “우리가 5% 지는 선거”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 차이를 20·30세대의 지지 확보를 통해 극복해야 하고, 자신이 그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스스로를 대선 승리의 한 축으로 보는 이 대표로선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은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는 ‘괜찮은 소재’다. 윤 전 총장과의 갈등 상황이 벌어질 때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강한 공격 태세를 취하는 배경으로 해석된다. 당내 경선이 ‘1강다약’의 구도인 상황에서 대선 주자 간 대결보다, 당 대표와 1위 주자 간 갈등으로 주목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도 있다. 게다가 경선 흥행을 원하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의도적으로 누르고 다른 주자들을 띄우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1강다약’이라는 재미없는 구도보다는 치열한 경선이 경선 흥행과 대선 후보 지지율 제고에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에 섰음에도 여러 차례의 토론회를 열고, 대표 압박 면접 등의 다양한 이벤트를 만드는 것 역시 이런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유력한 당내 대선 주자와도 맞붙을 수 있는 배경에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확인된 ‘20·30세대’ 지지가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이 대표는 자신이 20·30세대 지지가 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버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후보가 선출하고 난 뒤에는 두 사람이 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굽힐 이유 없는 1위 주자 ‘윤스톤’

‘압도적 경선 승리’를 원하는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의 ‘경선 흥행’안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우리의 목표는 압도적 경선 승리”라며 “여론조사가 이미 압도적이고, 약 240명의 당협위원장 중 많게 보면 3분의 2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경선은 이미 끝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후보될 때 70% 후반, 박근혜 전 대통령이 80% 초반의 지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90%를 넘기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경선 과정에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아야 본선 승리가 더 유력해진다는 논리다.

윤 전 총장 측 다른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부산시장 보궐선거 사례를 들며 “박형준 (당시) 후보가 네거티브를 엄청나게 당했지만 지지율 차이는 3배 정도였다”며 “지금 윤 전 총장과 다른 주자들의 차이가 그렇다. 쉽게 좁혀질 수가 없다”고 했다. 역전을 거듭하며 본선 승리까지 이뤄낸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사례보다는 처음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아 본선까지 승리한 부산시장 보궐선거 사례를 든 것이다.

이 대표의 ‘주자 간 키 맞추기’는 윤 전 총장 측 입장에선 압도적 경선 승리를 방해하는 요소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발’ 보도로 이 대표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는 셈이다. 윤 전 총장 측 또다른 관계자는 “주자들이 10명이 넘게 모이는 자리에 윤 전 총장이 가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했다. 당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없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와의 불화설을 감수하면서까지 당 주최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배경이다.

게다가 지금은 이 대표와의 갈등과 다른 주자들의 견제로 포위당한 형국이지만, 당의 공식 후보가 되면 ‘이준석의 시간’은 끝난다고 본다. 어차피 시간은 이준석이 아닌 윤석열의 편이라는 뜻이다. 이 대표의 압박에 굳이 머리까지 숙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투스톤’의 갈등은 무한정 이어질 순 없다. 대선 승리에 실패하면 ‘소년 급제’한 이 대표의 정치 여정은 급락할 수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 역시 후보가 될 경우 젊은세대의 지지를 받는다는 ‘상징성’을 가진 이 대표를 극한으로 밀어부칠 수만은 없다.

박순봉·유정인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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