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감성 감독, 10년 만에 장편 데뷔작 '인질'.."마지막이라 생각"[인터뷰 종합]
[OSEN=김보라 기자] ‘배우 황정민이 톱스타 황정민을 연기한다?’ 영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었지만, 실제 인물의 아이덴티티를 대거 반영했다는 점에서 ‘살벌한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바로 영화 ‘인질’의 이야기다. 오는 18일 극장 개봉하는 ‘인질’(감독 필감성, 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 샘컴퍼니)은 어느 날 톱스타 황정민(황정민 분)이 매니저도 없이 납치돼 홀로 극한의 상황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린 액션 스릴러.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언론 및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황정민이 배우 황정민 역을 맡은 만큼 가장 중요했던 것은 인질이 된 황정민이 실제의 황정민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11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필감성(실명 필감성) 감독은 “인질인 배우 황정민이 사투를 벌여 탈출하는 액션에 포커스를 맞췄다”라고 디테일한 부분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인질’은 중국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감독 딩성·2016)처럼 톱스타가 납치 당한다는 큰 줄기를 따왔지만, 캐릭터들의 특징 및 영화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달리했다.
필감성 감독은 “저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게 중요했다. ‘어떻게 하면 새로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고민했다. 우리가 잘 아는 배우를 대입해 장르영화와 다큐멘터리가 맞닿는 지점을 찾아보자 싶었다”라고 영화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대입시키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사실 납치된 톱스타 역할은 굳이 ‘황정민’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고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투입해도 됐을 터다. 그렇다면 필감성 감독은 왜 황정민이라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차용했고, 황정민이 황정민을 연기를 해야만 했을까.
이에 필감성 감독은 “새로움을 찾고 싶다는 마음에 실제 배우를 썼다”며 “주인공 배우도 제 생각에 동의를 해야했기 때문에, 제가 황정민 선배에게 원안을 보여드렸는데 흔쾌히 허락하셨다. 더 적극적으로 ‘하자’고 하셔서 용기를 얻었다”라고 밝혔다.
황정민이 자신의 이름을 살린 만큼 각본에 쓰인대로 해당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실제 자신의 성격 및 생활 특성 등을 녹여냈다. 황정민이면서도 황정민이 아닌 셈이다. 필감성 감독은 ‘황정민이 자신을 크게 반영한 부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에코백이나 홀로 퇴근하는 것도 있지만 편의점 장면에서 인질범을 맞닥뜨렸을 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정민 선배가 (대본을 읽고) ‘나는 여기서 바로 욕을 하지’라고 하시더라.(웃음) 처음 쓰였던 것과 다르게 편의점 장면이 그려졌다”라고 황정민의 아이디어가 ‘인질’에 많이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필감성 감독은 “제가 옆에서 인간 황정민을 관찰해보니 (‘인질’ 속 캐릭터 황정민보다) 훨씬 더 뜨거웠다. 영화 속 캐릭터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뜨겁다. 또 솔직하다. 준비성도 철저하고 창의적이다”라고 실제 성격을 칭찬했다.
감독은 그런 점들을 통해 황정민만이 이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 영화에서 (납치된 주인공이) 대부분 묶여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상반신만으로도 스펙터클함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런 사람이 누구일지 떠올렸을 때 당연히 황정민이다. 또한 ‘브라더’ ‘드루와 드루와’ 등 (유행어도) 대중이 좋아할 에피소드가 있다. 액션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할 배우는 황정민 밖에 없었다. 제게는 단연 1번이라 선택했다”고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이에 걸맞게 황정민은 캐릭터의 절박함 이외에도 넘치는 화, 절망, 두려움, 용기 등 인간의 복합적인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배우 황정민을 납치하는 인질범 5인방 역할은 김재범, 류경수, 이호정, 이규원, 정재원이 캐스팅돼 발군의 연기력을 발휘했다. “인질범 캐릭터에 '예측불가'라는 방점을 찍었다”는 필감성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들을 봤을 때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이 안 되게 만들고 싶었다. 저는 ‘이유 없음’을 키워드로 뒀다”고 설명했다.
감독과 제작진은 5명의 배우를 캐스팅 하기 위해 무려 1천 명이 넘는 배우들을 만났다고 한다. “저는 오디션장의 연기를 믿지 않는다. 사무실에 와서 (신예 배우들이 단번에) 대단한 연기를 할 것이라고 믿지 않지만 저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고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 그만의 해석 과정이 궁금했다”고 자신만의 캐스팅 과정을 전했다.
이어 필감성 감독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의 마감이 다가오는데 그때까지도 누굴 선정해야할지 고민이 되더라. 황정민 선배가 대사까지 맞춰주시면서 함께 신인들을 발굴했다. (그들이 연기 호흡을 맞춰보는) 그 순간에 영화의 그림이 보였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캐스팅 기준은 황정민에 주눅들지 않는 담력과 연기력.
“인질범들이 인기 배우를 때리고 압박하는 내용인데, 신인배우들이 선배 황정민 앞에서도 쫄지 않고 대치하는 모습이 필요했다. 저는 대담하게 연기할 배우들을 원했다.”
이어 그는 “강도가 센 인질극이라 처음부터 그렇게 나가면 끝까지 보기 힘들 거 같았다. 코미디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은) 자연스럽게 드러나길 바랐다. 납치 상황만 계속 되지 않도록 중간중간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를 보면 톱배우 황정민과 대치하는 인질범들의 뻔뻔하고 잔인한 표정, 설득력을 더하려 몸부림치는 행동, 본색을 드러내는 상스러운 폭언 및 폭력까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모습을 디테일하게 담았다. 필감성 감독과 황정민, 제작진이 자랑할 만하다.
‘무사’(감독 김성수·2001) 연출부 출신인 필감성 감독은 ‘인질’을 통해 상업 장편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지난 2011년 선보인 단편영화 ‘어떤 약속’ 이후 10년 만에 상업 장편 영화의 감독으로 데뷔한 셈이다.
“어린 나이에 입봉 제안을 받았었지만 성사되고 엎어지길 반복했다. 물론 다른 감독님들도 그랬겠지만…저 역시 그랬다. ‘인간극장’ 10부작 정도 나올 거 같다.(웃음)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이 아닌, 영화(데뷔)를 위한 작품을 하고 있다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을 해보자는 마음에 ‘인질’을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임했다. 제 첫 영화를 외유내강이라는 좋은 제작사에서 하게돼 너무 감사하다. 좋은 스태프와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필감성 감독은 텐트폴 영화로 개봉하는 것에 대해 “여름 시즌에 개봉한다는 게 제게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인질'이 타 작품에 비해)큰 예산의 영화는 아니지만 저는 초여름쯤 개봉하길 바랐었다. 초여름에 날카롭게 들어와 치고 빠지면 좋을 거 같았다”라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다른 영화에도 좋은 배우들이 나왔는데 저는 어려운 시기에 한국영화가 다같이 잘됐으면 좋겠다. ‘인질’이 관객들에게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로 기억되면 더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개봉은 8월 18일.
/ purplish@osen.co.kr
[사진] NEW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