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수세 몰린 이준석 "후보들 곁에 하이에나 아닌 멧돼지·미어캣 있었으면"

장나래 2021. 8. 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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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대선 경선버스 출발을 앞두고 '운전대'를 쥐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주자들이 충돌하며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충돌했다.

전날 이 대표가 "경준위가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는 분은 경준위가 경선기획 말고 뭐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의결했느냐.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 의결될 때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모르는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지적한 것에 반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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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이준석, 18일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 강행 재확인
윤석열·최재형 불편한 속내..원희룡 "독단" 비판
김재원 최고위원, 경준위 권한행사에 연일 불만제기
유승민 쪽 "김재원에 유감..당 지도부 중립 지켜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8월말 대선 경선버스 출발을 앞두고 ‘운전대’를 쥐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주자들이 충돌하며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에게 날을 세우는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 유승민계의 반격까지 더해져 분열 양상이 더욱 복잡해졌다. 오는 18일 예정된 당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주최 토론회가 제대로 치러지느냐에 따라 주도권 다툼의 전개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윤석열계 의원인 정진석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을 인용해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는 글을 올렸다. 당 경준위가 개최하는 행사에 윤 전 총장이 잇따라 불참한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이 대표를 겨냥한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팀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돌고래, 다른 후보들을 고등어와 멸치로 빗댄 정 의원의 비유를 인용하면서 경준위 주최로 토론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영화 <라이온 킹>에 나오는 주인공 사자의 조력자를 거론하며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오바마의 좋은 글을 올렸을 뿐인데 참 딱하다”고 응수하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대선주자들도 의견이 엇갈리며 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같은 당 재선 의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떤 이슈나 어떤 방식의 검증 내지는 면접, 토론에 대해서 당당하게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면 캠프와 논의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캠프 내부에서는 “윤석열 때리기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최재형 캠프도 비슷하다. 최 전 감사원장 본인은 “(토론회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통지받지는 못했지만 통지가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캠프 분위기는 영 다르다. 김영우 상황실장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준비위가 각 후보 캠프의 대리인들을 모아서라도 한 번 의견을 들어봐야 되는데, 그런 과정이 너무 없었다”며 “13명 정도 되는 숫자를 가지고 상호토론하고 질의하는 게 제대로 이뤄질지 모르겠다. (경준위가) 좀 더 신중을 기했더라면 좋았겠다. 저희는 아직까지 (참여에 대해) 판단을 못 하고 있지만, 세부 과정을 좀 더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토론회가 확정되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준위의 독단이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다. 그는 “당 대표 임무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고, 경선 프로그램 아이디어 내는 자리일 수 없다. 지금이라도 당 대표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관위를 구성하는 데 전력해주길 바란다”고 반발했다. 김태흠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를 겨냥해 “대선 후보들 군기반장 노릇을 자처한다. 지금 열댓 명의 후보자가 있는데 어떻게 면접과 토론을 한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준석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충돌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에서 “대선후보 선출에 관한 사항은 최고위에서 의결하게 돼 있다”며 “느닷없이 토론회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경준위가 출범할 때 전혀 예상도 못 했고 그런 걸 하겠다고 보고한 적도, 용인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 대표가 “경준위가 이런 거 하면 안 된다는 분은 경준위가 경선기획 말고 뭐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의결했느냐. 최고위원이 최고위에서 의결될 때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모르는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지적한 것에 반발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또한 “경준위가 후보자들이 참여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하는 데까지 이르니까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며 “(토론에서 후보들이) 모두발언을 조금씩 하고, 나머지는 전부 윤 전 총장이나 최 전 원장을 던져놓고 공격하며 구경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공정성 문제를 꺼내 들었다.

김 최고위원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준위의 결정을 김 최고위원이 무시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당 지도부는 대선 후보 경선에서 철저히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지자 윤 전 총장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저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난달말 ‘치맥회동’ 때 이 대표와 손 잡고 걸어가던 장면을 올리며 “각자 입장에서 말하는 거 담아 두고 하면 어떻게 정치 하겠나. 억측과 객관적 사실 관계 없는 갈등설은 저로서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장나래 배지현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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