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계속 옮겨붙는 갈등의 불씨..진화할 수 있을까

유정인·박순봉 기자 2021. 8. 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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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상황실장인 오신환 전 의원과 대변인인 김웅 의원(왼쪽)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경선준비위원회 권한을 흔들어선 안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투스톤(준스톤+윤스톤)’ 사이에서 싹튼 갈등의 불씨가 당 지도부,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다른 대선 주자들로 속속 옮겨붙는 중이다. 휴가에서 복귀한 윤 전 총장은 11일 “갈등할 이유가 없다”고 했지만, 삼중사중으로 쌓인 갈등구조는 한 번에 진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제 입장에서는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그동안 잘 소통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휴가와 코로나19 자택 대기를 마치고 이날 공개행보를 재개했다.

윤 전 총장은 간담회에서도 갈등설을 불식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석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종전 스케쥴과 밀린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인 불참으로) 비춰졌다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최대한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춰가겠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대선주자가 모이는 당 행사에 연이어 불참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윤 전 총장이 ‘뒤늦은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이미 일파만파로 번진 상태다. 이날도 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 당 의원들이 곳곳에서 충돌했다. 경선버스를 기점에 대놓은 뒤, 구체적인 노선도를 누가 어떻게 짜느냐를 두고 다툼을 이어갔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국민의힘 당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당내 대표적인 친윤석열(친윤)계인 정진석 의원과 ‘2차전’을 벌였다. 이 대표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 의원 관련 기사를 올리면서 “우리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영화 <라이온 킹> 처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자, 정 의원이 “참 딱하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 6일에도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정 의원), “멸치와 돌고래에 공정하게 대하는 게 올바른 경선 관리”(이 대표)라고 논쟁한 바 있다.

이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지난 3월6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모 변호사가) ‘이러다가 안철수가 서울시장 되고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하냐’ 이러더라고. (나는) 지구를 떠야지”라고 말하는 영상이 회자됐다. 이 대표는 이 채널에서 “난 대통령 만들어야 할 사람이 있다니까요. 유승민. 내가 당권을 잡을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준위의 ‘노선도’ 결정 권한을 둘러싼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전날 경준위가 경선 일정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을 두고 “독단이 선을 넘었다. 당대표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라”고 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권을 위임받은) 경준위 결정을 무시하는 행태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이 대표와 경준위에 힘을 실었다.

경준위가 열기로 한 18일과 25일 토론회는 또다른 뇌관이다. 유 전 의원 측은 찬성 의사를 밝혔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공식 요청이 오면 캠프 관계자와 논의 해보겠다”고 명확한 참석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토론회 개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 경선 후보 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 애매한 기준으로 후보들을 모아 토론회를 여는 게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당 상임고문인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어제 발표된 후보자 토론회는 절차적 문제점이 있다.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했다.

경선버스 출발일 전까지 경선룰과 방식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갈등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봉합되느냐에 ‘원팀 경선’이라는 야권 대선구상의 성패가 달렸다. 이날 복귀한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의 갈등설을 잠재워 ‘안정적 1위 후보’의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다중 갈등 구도로 여러 곳에서 쏟아지는 ‘대세론 흔들기’를 방어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유정인·박순봉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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