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정은경의 예언..확진자 2223명이 정점은 아니다 [뉴스분석]

노도현·김향미·이혜리 기자 2021. 8.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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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발생 최다인 2223명을 기록한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견인차량보관소 앞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2200명을 넘어서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00명 이상 확진 규모는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발생 후 처음으로, 지금까지 경험한 1~3차 유행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볼 수 있다. 한달 전 “8월 중순 하루 확진자 수가 2331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경고는 현실이 됐고, 자칫하면 확산세가 통제 불능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아직 정점은 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휴가철 이동량 증가 속에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세가 거세지만 정작 백신 접종은 공급 부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체계 여력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고강도 거리두기 외엔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4단계에도 전방위 확산세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28일(1895명) 이후 불과 2주 만에 1900, 2000, 2100명대를 건너뛰고 곧장 2200명대로 직행했다.

방역당국은 2000명대 확진자가 나온 원인으로 ‘휴가철’과 ‘델타 변이’를 꼽았다.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복귀하면서 2~3차 전파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델타 변이 유행이 겹쳐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다. 5주차에 접어든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도, 3주차인 비수도권 3단계도 통하지 않았다.

이미 지역사회에 숨은 감염이 많은 상황에서 잦은 이동과 만남은 확산을 키웠다. 지난주 이동량은 전주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3차 유행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던 지난 1월보다는 30% 높다.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져 이동량 감소효과가 예전만큼 뚜렷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방역당국은 “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백신 접종 효과로 치명률이 낮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12월 3차 유행 당시 1.4%대를 기록하던 누적 치명률은 이날 0.99%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하루 40명까지 치솟았던 사망자 수는 현재 주간 20명대로 줄었다. 하지만 확진자 규모가 불어난 만큼 위중증 환자는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캐나다와 스코틀랜드에서는 델타 변이가 중증도를 높인다는 보고도 나왔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중환자실 등 의료체계의 여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 이상 환자가 증가하고 장기화된다면 치료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산세가 언제까지, 얼만큼 늘어날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지금이 정점은 아니라는 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정점이 현재 시점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늘 시점을 정점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며 “환자 수가 줄어드는 시기가 빨리 올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백신 정책 실패한 정부, 거리두기만 호소

백신 도입이 늦어진데다 수급 차질까지 생기면서 예방접종 완료율은 인구의 15%대에 불과하다. 최근 모더나 백신 공급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50대 이하 연령층의 1·2차 접종간격이 6주까지 늘어났다. 접종 완료율을 높이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백신 부족에 따른 고육지책을 쓴 것이다. 방역당국은 현재의 거리두기 외에 추가 방역조치도 검토중이다.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현재 하고 있는 방역조치로는 확산세를 차단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박향 방역총괄반장은 “이번 주말 광복절 연휴에 부디 이동과 여행 자제해달라”며 “아이들의 2학기 등교를 위해서도 어른들의 방역 협조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낮은 치명률을 근거로 한 ‘방역체계 전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독감 같은 풍토병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갈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하면서 방역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접종률이 높아져도 코로나19 유행은 반복될 것”이라며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달 뒤쯤에는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방역체계 전환은 필요하지만 당장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을 하지 않아) 지금보다 더 큰 확진자가 생기면 더 많은 중환자와 사망자가 나타날텐데 우리사회와 의료체계가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은 백신 접종과 거리두기가 조화롭게 적용돼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시기”라고 했다.

노도현·김향미·이혜리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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