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영철이 공언한 "엄청난 안보위기"의 실체는?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장(통일전선부)이 11일 남쪽을 겨냥해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며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16일 시작되는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과 관련해 미국을 겨냥한 전날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이번엔 ‘남쪽을 겨냥하며 한반도 정세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김영철 부장은 이날 오전 8시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은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 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맥상 북쪽도 대화와 협상의 길이 아닌 ‘강 대 강’ 대결과 갈등의 길을 걷겠다는 엄포로 읽힌다. 하지만, 김영철 부장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밝히지 않았고, 10일 오후 군통신선을 포함한 남북 직통연락선 ‘불통’과 관련한 언급도 없었다. 대남·대미 후속 행보의 속도와 내용에 선택의 여지를 둔 셈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앞선 10일 담화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강대강, 선대선”이라는 대미 기조를 재확인하며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김영철 담화’는 연례 한·미 연합군사연습을 “침략전쟁연습”이자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라던 북쪽의 기본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한반도 정세 흐름의 주도권을 둘러싼 기싸움과 함께, 양쪽의 대결·갈등으로 정세가 악화될 때를 염두에 둔 명분 쌓기 측면도 있다. ‘김여정 담화’가 비난·엄포의 초점을 미국 쪽에 맞췄다면, ‘김영철 담화’는 남쪽을 주된 표적으로 삼았다.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신속 대응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능력 강화”를, 김영철 부장은 “엄청난 안보위기를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공언했다. 예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군사 행동으로는 우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가 꼽힌다. 북쪽은 2019년 10월2일 “새형의 잠수함탄도탄 ‘북극성-3’형 시험발사 성공”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성능 개선 작업을 벌여왔다고 전해진다. 다만 에스엘비엠 발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불러와 한반도 정세의 성격을 ‘교착’에서 ‘대치·충돌’로 질적으로 바꿀 위험이 높다. 아울러 베이징 겨울철올림픽(2022년 2월4~20일)을 앞두고 동북아 정세 안정에 신경을 곤두세울 중국을 의식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실행’엔 복잡한 계산이 불가피하다.
대남 압박과 관련해선 이미 예고한 조처들이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3월16일 발표한 봄철 한·미 연합군사연습 비난 담화에서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조선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9월19일)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대책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던 대결시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군사적 갈등·충돌의 시기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공갈이다. 북쪽이 3월의 ‘예고’를 실행에 옮길지, 실행한다면 무엇부터 어떤 속도로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전직 고위 관계자는 “단기적으론 방사포 등 저강도 군사 행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북쪽이 남북관계의 본질적 훼손·후퇴까지 불러올 행동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당사자 간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는 ‘김영철 부장 담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혔다.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속보] 신규 확진 1987명…코로나 발생 이후 두번째 많아
- 새똥으로 태양광 가리기는 가능할까
- <오래된 미래> 저자 “왕처럼 행동하지 말고, 속도를 늦춰보세요”
- “밀린 임금 주세요” 말 꺼냈다가 ‘추방’ 몰리는 이주노동자들
- 원희룡 “윤석열 쪽에서 ‘당 행사 보이콧’ 제안받고 거절했다”
- 이달말 11번가에서 아마존 직구한다…이커머스 판도 흔들까
- 리투아니아, ‘대만’ 대표부 첫 허용…중국 초강경 ‘대사 소환’
- ‘집단감염’ 교회 전도사, 방역수칙 지킨 교회에 “권력의 개”
- ‘그날’ 이후 30년, 꼬인 매듭에 풀기 어려운 숙제 ‘위안부’
- [현장] 한국전쟁 ‘1㎞ 거대무덤’…다닥다닥 유해가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