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조기 토론회' 시끌..'의욕 과다' 이준석표 경선에 윤석열 '부글'

손인해 기자 2021. 8. 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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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등록금도 안냈는데 '시험' 통보, 결석해도 불이익 안 주겠다니"
'참석하면 난타, 안가면 비난' 곤혹..김재원 "권한도 없는 경준위, 이해 안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재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손인해 기자 = 국민의힘이 이달 말 대선 경선버스 출발을 앞두고 '조기 정책토론회'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준석 대표가 당사를 비운 사이 '기습 입당'을 하면서 냉기류가 감돌기 시작하더니 경선 주도권 싸움으로 비화하는 모양새다.

당 안팎에선 지난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당내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대표의 '의욕 과다'가 '이준석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선준비위원회가 마련한 오는 18일 당 예비후보 정책토론회 참석 여부에 대해 "당에서 공식 요청이 오고 캠프 측에서 얘기가 있으면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도 뉴스1과 통화에서 "당에서 정식 공문을 받지 못하고 어젯밤 기조국으로부터 전화만 한 통 받았다"며 "어떤 기준에서 참석 인원을 정하는지 등 원칙과 명분이 분명하다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경북 상주시 청리면 한국교통안전공단 상주 교통안전체험교육센터서 개인택시면허 양수 교육에 참가해 점심식사 후 오후 실습을 위해 이동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News1 공정식 기자

겉으로는 공문 발송 등 절차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윤 전 총장 측에선 아직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진 것도 아니고, 예비경선 후보 등록이 이뤄진 것도 아닌 상황에서 경선준비위원회가 대권주자들을 불러모아 행사를 벌이는 데 대한 불만이 감지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대선예비후보자'와 '예비 경선 후보자'는 구분된다.

예비 경선 후보자와 달리 당내 경선에서 뛰기 위해 무조건 등록해야 할 의무가 없는 대선예비후보자는 당에서 이른바 '군소 주자'들을 띄우기 위한 일종의 장치라는 평가가 많다.

당 대권주자 13명 가운데 이날까지 대선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주자도 박진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장기표 경남김해을 당협위원장 4명뿐이다.

대선예비후보자는 중앙선관위의 예비후보 등록 일정과 맞춰 선거일 240일 전인 지난달 12일부터 등록을 받았고, 예비경선 후보자는 오는 30~31일 등록을 진행한다.

경준위로서는 예비경선 후보 등록은 물론 대선예비후보자 등록도 하지 않은 대권주자들을 대상으로 당 행사에 참석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서병수 경준위원장도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전날 "당 예비후보 등록 전이라도 (토론회)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면서도 토론회에 불참하는 이들에 대한 페널티가 없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해야지 자기 멋대로 하면 직권남용"이라며 "공당의 대선 경선 관리도 제도를 기반으로 해야 뒤탈이 없고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 위원장이 '토론회에 참석 안 해도 불이익이 없다'고 한 건 등록금도 안 낸 학생에게 시험 보러 출석하라고 하면서 출석 안 해도 불이익은 안 주겠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시험'인 만큼 안가게 되면 그 자체로 불이익을 보게 되니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의미다.

윤 전 총장측으로서는 정책토론회 참석 여부가 이슈가 되면서 어떤 선택을 해도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고민이다.

윤 전 총장이 정책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나 유승민 전 의원 등 '프로 정치인'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경쟁자들이 잔뜩 노리고 있는 무대 정중앙에 올라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책토론회에 불참할 경우 지난번 봉사활동에 이어 당 주도의 경선 일정에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오만하다'는 공격을 받을 게 뻔하다.

유승민 전 의원 측 오신환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윤 전 총장의 행사 불참에 대해 "1위 주자니까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주도해 갈 수 있는 거 아니냐는 약간의 오만함이 보인다"며 "토론을 기피하는 후보는 스스로 준비가 안돼 있고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서병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 News1 이동해 기자

당 내부에서는 '월권 논란'이 불거진 경준위 행사 강행에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선 선거운동의 하나로 합동 토론회 또는 TV토론 등이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만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이라며 "이걸 경준위가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권한에 있지도 않는 내용이라 그런 일을 벌이는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장점으로 꼽혔던 이 대표의 거침 없는 '입'과 자신감 있는 태도에 대해서도 부정적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대표는 여름휴가 중인 이날도 페이스북을 통해 대표적 '친윤(親尹)' 인사인 5선 정진석 의원과 설전을 벌이며 "우리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날선 원색적 표현을 동원했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당과 지지부진한 합당 논의의 책임을 안철수 대표에게 돌리며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다 전격 입당으로 '스턴(혼란) 상태'", "정상적 사람이라면 '예스인지 노인지 답해달라'고 하면 답을 한다" 등 독설을 날려왔다.

당내에서는 과거 친이·친박계 같은 계파나 주류가 사라지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은 최고위원도 아닌 사실상 이 대표 혼자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주도권을 놓고 싶지 않은 이 대표가 아직까지 본인이 뭔가 역할을 더 하겠다는 자신감, 나쁘게 표현하면 자만감이 있는 것"이라며 "지금 북한 간첩단이나 백신 사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으면서 법적 권한도 없는 경준위 토론회 문제에 실시간 반박해야 하는 상황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일단 이 대표와의 갈등 기류를 봉합하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제 입장에선 (이 대표와) 갈등할 아무 이유가 없다. 그동안 잘 소통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비치는 게 저로서는 사실 이해가 안 된다"며 "그런 것을(갈등설을) 해소할 만한 게 필요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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