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 필감성 감독 "실제 황정민, '인질' 속 황정민보다 훨씬 뜨거워"(종합)

정유진 기자 2021. 8. 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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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이름부터 영화 감독의 운명을 타고난 걸까.

"민망한 본명이에요. 철수 같이 사람들이 잘 아시는 이름으로 개명할까 생각도 했었어요.(웃음)"

필감성 감독이 11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영화 '인질' 관련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 하며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황정민 주연 액션 스릴러 영화 '인질'을 통해 장편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인질'은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납치된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살기 위한 극한의 탈주극을 벌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단편 영화 'Room 211'(2002) '어떤 약속'(2011) 등으로 주목받았지만, 감독 데뷔까지는 많은 시간을 보낸 필감성 감독은 첫 단편 영화를 선보인 후 무려 20여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장편 영화를 개봉하게 됐다. 시사회로 공개된 '인질'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다. 톱배우 황정민을 제외하면 감독이고 배우들이고 모두 신인이지만 거기서 나오는 신선함과 에너지가 오히려 영화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

"주인공이 대부분 묶인 상황에 있어요. 상반신 만으로 클로즈업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누군가를 떠올릴 때 당연히 황정민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1번 초이스였어요.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드루와 드루와'부터 '브라더'까지 대중들이 반응하고 좋아할만한 숨구멍이 돼줄 에피소드가 자연적으로 나오는 배우에요. 마지막에 갑자기 액션 배우같이 된 측면도 있는데 그것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황정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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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의 원작은 홍콩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다. 소재를 떠올리고 난 후 비슷한 소재의 홍콩 영화가 나온 것을 알게 됐고, 제작사 측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샀다. 필감성 감독은 '세이빙 미스터 우'는 소재적인 측면에서는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크게 참고한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세이빙 미스터 우'와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은 초점이다. 경찰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 '세이빙 미스터 우'에 비해 '인질'은 주인공 황정민의 목숨을 건 탈출극에 초점을 뒀다. 그뿐 아니라 실제 배우 황정민이 자신의 역할로 나온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납치 스릴러는 새로운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새로울까 고민을 하다가 배우의 실제 캐릭터를 대입시켜서 극 영화와 장르 영화, 다큐 영화의 접점을 찾아보자 싶었어요. 새로움의 끝을 한 번 보여주자는 욕심이 있었고요.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알고 있는 황정민이라는 캐릭터를 직접적으로 영화에 넣어보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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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실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기자신을 연기할 황정민의 도움이 필요했다. 황정민은 애초 시나리오를 가져갔을 때부터 흔쾌히 승락했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많이 놀랐어요. 황정민 선배와 작업을 해보니 제 생각보다 훨씬 창조적이고 현장에 완벽하게 준비해서 오시더라고요. 숨소리 하나, 손짓 하나 다 준비해오셔서 감독으로서 편한 면이 있었어요.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스태프들을 열정적으로 독려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 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가 '프로'라고 인정했죠."

에코 백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나 매니저를 먼저 퇴근시키고 홀로 귀가를 하는 등 영화 속 등장하는 배우 황정민의 습관들은 실제 황정민의 습관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영화 초반 인질범들과의 대치 신에서 주인공 황정민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무례한 인질범들에게 응수하는데, 이는 감독이 썼던 시나리오 속 상황과는 다른 것이었다.

"시나리오에서는 '알겠습니다' 하고 돌아가는 거였는데, 황정민 선배님이 보시고 '나는 욕을 하지, 여기서 바로 쌍욕이지'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영화에 그런 면이 나왔어요. 그 외에도 더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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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를 쓰면서 상상한 황정민과 직접 겪은 황정민은 어떤 것이 달랐을까?

"영화에 나온 황정민은 제가 상상한 황정민이었어요. 관찰하고 함께 작업을 해보니 인간 황정민은 훨씬 뜨거운 면이 있었어요. 제가 생각한 영화 속 황정민은 극한 상황에서도 이성적이거든요. 그런데 실제 배우는 열정적이고 뜨거웠어요. 영화 속에서 OTT 카드가 없다고 머리를 굴려가면서 연기력으로 거짓말을 하는 부분은 황 선배님이 '나는 저렇지 않다'고 하시지 않았을까 싶어요."

'인질'의 또 다른 주역들인 김재범, 류경수, 이호정, 정재원, 이규원, 이유미 등 신인 배우들은 무려 1000명이 넘는 신인 배우들 사이에서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됐다. '인질'은 시사회 전까지도 이 신인 배우들의 캐스팅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유지해왔다. 관객들이 느낄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배우들은 (캐스팅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겠지만, 이 영화가 세상에 공개될 때 이 배우들을 인정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그걸 항상 배우들에게 얘기했어요. 조금만 참으면 너희들이 주목 받을 것이다, 그렇게 얘기를 해주고는 했죠. 그게 위안이 됐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인질범 역할을 할 배우들을 뽑을 때 필 감독이 가장 신경을 썼던 것은 황정민과의 '케미스트리'였다. 인질범은 황정민이라는 대배우를 때리고 압박하는 역할들이기 때문에 선배 배우이자 상대 배우인 황정민에게 주눅이 들지않는 것이 중요했다.

영화 인질 스틸 © 뉴스1
영화 인질 스틸/NEW © 뉴스1

"신인 배우들은 황정민과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압박이었을 거예요. 오디션을 할 때 황정민 선배가 감사하게도 배우들의 상대 역을 해주셔서 그림이 보였어요.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황정민을 때리고 겁박할 수 있을까? 오디션 과정에서 배우들의 담력도 보이더라고요. 그런 담력이 보이고, 황정민 앞에서도 '쫄지' 않는 게 배우들 캐스팅에서 가장 중요했어요."

신인 배우들과 함께 한 신인 감독이지만, 사실 필감성 감독은 단편 데뷔로만 따지면 데뷔 20년차 연출자다. 그는 "이른 나이에 입봉 제의를 받아서 금방 감독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계속 소위 '엎어졌다'고 말하는 상황이 되더라. 엎어지고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무엇일지 '인간극장' 10부작 정도가 나온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해요.(웃음) 회의가 들기도 했었고 입봉 영화를 준비하는 게 나한테 아닌건가 생각을 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다 '인질' 같은 영화를 꼭 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싶다고 해서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감독으로서 필감성 감독이 꼭 듣고 싶은 얘기는 "재밌네, 수고했어"였다. 그리고 그는 그 말을 실제 시사회가 끝난 후 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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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간담회 때 그간 너무 울어서 눈물도 안 나온다고 말했었죠.(웃음) 실제로 그랬고 기분이 좋았어요. 사실은 영화를 보면서 너무 행복했었고요. '재밌게 만들었네, 수고 많으셨어'라고 해주시는데 그때 마음이 풀렸어요. 진심으로 좋아하는 게 느껴졌거든요. 굉장히 보람이 있었어요."

필 감독은 앞으로도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고 어떤 때는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보고싶은 영화를 만들어봐야겠다는 힘으로 버텼어요. 스릴러를 너무 좋아했고 이런 영화들을 보면서 영화를 꿈꿨어요. 스릴러로 데뷔해 행복합니다. 꼭 스릴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고, 앞으로 좋은 영화,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 보고싶습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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