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북한까지.." 비상걸린 靑, 돌파구가 안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핵심 참모진이 모인 회의에서 코로나19(COVID-19)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넘는 등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는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성공적인 방역의 주인공인 국민들의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최근의 확진자 수 증가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다른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는 있다"면서도 "현재의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확진자 수가 더 늘어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충분치 않은데다 델타변이가 확산한 탓에 확진자가 폭증하는 등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답함의 표현이라고 참모진들은 설명했다. 이날 기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환자 수는 2223명으로, 코로나19 확산 뒤 최다 발생이다. 한 달 이상 4차 유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행 양상이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오늘 오전 참모회의에서 국민들의 희생적인 협조와 방역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일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서게 돼 우려가 크다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전 나온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담화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김 부장은 지난 10일 사전훈련을 시작한 하반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남한이) 우리의 권언을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장 담화에 대해 "어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과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해서 남북이 서로 노력을 하겠다란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서훈 실장으로부터 따로 어떠한 보고를 받으셨거나 하는 부분은 저희가 확인해드리기 어려운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론 김 부장의 담화의 강도가 약하고 형식적일 수 있다는 분석을 했지만, 공식적으론 말을 아끼고 있다.
이처럼 엎친데 덮친격으로 방역과 안보가 불안한 상황이지만, 당장 뾰족한 해법은 없다. 코로나19 상황은 4단계 상황에서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인다. 백신공급 등이 빨리 이뤄진다해도 시간이 걸린다. 최근 모더나에서 공급키로 한 물량도 반토막 나는 등 백신 공급 상황은 불안한 실정이다.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 전에 국민 70%가 백신 접종을 하는 등 집단면역을 앞당기겠다고 얘기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북한문제 역시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2주전에 개통된 남북 통신선마저 다시 단절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에서 남북간 '이면합의'설까지 제기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단절된 통신선 복구를 진행하면서 국민께 알리지 않고 북한과 이면 협의한 내용이 있냐. 북한이 왜 통신선 복구에 관한 청구서를 내밀기나 하듯 무리한 적대행위에 나서는지에 대해 정부가 설명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상이 걸린 청와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당장 분위기가 바뀌진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다만 오는 8월15일 광복절이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국민 메시지는 물론 북한,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에 대해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광복절은 문 대통령 재임 마지막 광복절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감안해 이번 광복절에 국면 전환을 위한 중요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여권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남북문제 등 문 대통령과 청와대를 둘러싼 여러 상황이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번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백신과, 남북관계, 일본과의 문제 등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내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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