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文 비판했다 파면된 前 문체부 국장, 파면취소 소송 이겼다
"모기 소리로 文 격려했을 뿐"
소셜미디어(SNS)에서 탈원전과 북한 인권 등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파면된 한민호(59)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정부를 상대로 한 파면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11일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안종화 부장판사)는 11일 한 전 국장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소 승소로 판결했다. 한 전 국장은 “법원의 상식적인 판결에 고맙다”고 했다.
한 전 국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파면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여러분들 응원에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전 국장은 문체부 사행산업감독위원회 사무처장(2급·국장급)으로 일하던 중 문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2019년 10월 2일 파면됐다. 지난해 3월 정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한 뒤 1년반 끝에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절차를 밟아 복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 전 국장은 “국고 횡령이나 징역형 정도를 받아야 파면감인데 이례적이고 비상식적인 처분이었다”며 “힘없는 공무원이 문재인 대통령 잘하라고 페이스북에서 모기 소리만하게 독려한건데 사필귀정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 관련 “말도 안되는 코로나 독재를 내년 대선때까지 할려는 모양인데 우리 국민들이 작지만 제 판결을 거울 삼아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 전 국장은 2017년 문체부 노조가 서기관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바람직해 닮고 싶은 관리자’로 꼽혔고, 관운(官運)도 순조로워 미디어정책관 등 요직을 역임했다. 전임자가 손대지 않고 미뤄둔 숙제를 잘 풀어 ‘해결사’라는 얘기도 들었고, 서울신문은 그를 두고 “너무 열정적”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출범 후 도종환 장관이 취임하면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로 좌천성 발령이 났고, 이후 파면 처분을 받아 공직을 떠나야 했다. 정부가 밝힌 파면 사유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56조)·품위유지 의무(63조) 위반으로 페이스북에 소득주도성장 등 문 정부 정책에 반하는 기사를 공유하거나 의견을 개진한 게 원인이 됐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당시 파면 결정을 내리면서 “개전의 정(改悛의情·형법과 형사 정책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나 수형자가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가짐을 이르는 말)이 없다”는 80년대식 표현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한 전 국장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자 “나는 친일파다” “지금은 친일이 애국이다”라고 했다. 당·정·청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무리한 반일(反日) 몰이를 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후로도 “국익과 동맹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동맹을 소홀히 하면 나라가 망한다” “70여년 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의 100분의 1이라도 지금 북한 여성들이 겪고 있는 참혹한 인권유린에 대해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한 전 국장은 80학번으로 평택고, 서울대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했다. 80년대 대학가 좌경화 흐름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공산주의 실체에 대해 깨달은 뒤 주사파 활동을 경계해왔다고 한다. 졸업 후 8년간 중학교 역사교사로 일하다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는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로 반중(反中)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 본지 인터뷰에서 “공무원 숫자가 약 100만명인데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을까 나라의 기반을 흔드는 정권 정책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한다”며 “나라가 망하는데 공무원들이 입을 다물면 충신(忠臣)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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