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장가 디즈니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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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만5,926명.
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들이 올해 한국 극장에서 모은 관객수(10일 기준)다.
4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3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 역시 디즈니 배급작이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한국 화제작들이 개봉을 미루는 상황에서 디즈니 영화가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며 "국내 관객은 디즈니에 대한 신뢰감이 있고, 마블 시리즈물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 강세를 나타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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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7만5,926명. 월트디즈니컴퍼니 영화들이 올해 한국 극장에서 모은 관객수(10일 기준)다. 한국 영화 ‘백두산’(2019ㆍ825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무시할 수 없다. 10일까지 올해 전체 극장 관객수는 2,944만9,519명. 디즈니 영화들 관객이 27%를 차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짓눌린 극장가에서 디즈니 영화들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개별 영화들 흥행 성적만 봐도 디즈니의 성과가 눈에 띈다. 올해 개봉 영화 흥행 순위 5위 안에 3편이 들어있다. ‘블랙 위도우’가 1위로 292만3,690명이 봐 300만 고지 첫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소울’은 204만8,137명이 찾아 4위에 올랐다. ‘크루엘라’는 198만1,525명으로 5위다.
여름 시장에서 가장 많은 영화를 선보인 곳도 디즈니다. ‘블랙 위도우’가 지난달 7일 개봉한 데 이어 28일 ‘정글 크루즈’를 선보였고, 11일부터는 ‘프리 가이’가 관객을 만나고 있다. 모두 덩치가 큰 영화들이다. ‘블랙 위도우’와 ‘정글 크루즈’의 추정 제작비는 각기 2억 달러이고, ‘프리 가이’는 1억 달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 영화는 올해 수세적이다. 화제작들이 개봉을 미루면서 관객 점유율은 25.1%에 불과하다. ‘모가디슈’가 지난달 28일 개봉하며 그나마 수치를 끌어올렸다. 미국 영화 점유율은 61.4%다. 디즈니가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디즈니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역대 최고치인 관객 점유율 27%를 기록하기도 했다. 1,000만 영화 3편(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겨울왕국2)이 나온,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반영된 수치다.
올해 디즈니 영화들의 강세는 다종다양함에 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블록버스터, 예술영화가 골고루 포진해 있다. 4월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3개 부문(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노매드랜드’ 역시 디즈니 배급작이다.
디즈니의 개봉 편수가 압도적으로 많지는 않다. 올해 8편을 선보여 할리우드 경쟁사 워너브러더스(9편)와 비슷하다. 화제성에서 차이가 크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를 선보였다.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을 꺼리는 것과 다른 모양새다. 디즈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디즈니플러스가 있어 공격적인 개봉이 가능하다. 디즈니플러스 유료계정수는 1억300만 개로 워너브러더스의 OTT HBO맥스(2,800만 개)보다 4배 가까이 많다. 이야기와 인물이 서로 얽혀 있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생태를 감안하면 ‘블랙 위도우’ 같은 마블 영화의 공개를 마냥 미뤄두기도 어렵다.
하반기에도 디즈니의 화제작 개봉이 이어진다. 아시아인을 주연으로 내세운 첫 마블 영화 ‘샹치와 텡 링즈의 전설’이 다음 달 극장가를 찾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주연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가 10월 개봉한다. 마동석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이터널스’는 11월 선보인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 담당은 “한국 화제작들이 개봉을 미루는 상황에서 디즈니 영화가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며 “국내 관객은 디즈니에 대한 신뢰감이 있고, 마블 시리즈물에 대한 충성도가 강해 강세를 나타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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