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가 쏘아올린 작은 공..野 '경선버스' 출발 전부터 삐꺽

권오석 2021. 8. 1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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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토론회 일정을 두고 국민의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경선준비위원회(이하 경준위) 주최로 토론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당 지도부는 물론 대선후보 측까지 나서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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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정진석 SNS상 설전 '티격태격'
김재원 "합동토론회 등 선거관리위원회 권한" 압박
유승민 측 "경준위 결정 무시하는 김재원에 유감"
윤석열·최재형 "공식 통보는 못 받아..요청 오면 검토"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대선후보 토론회 일정을 두고 국민의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경선준비위원회(이하 경준위) 주최로 토론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면서, 당 지도부는 물론 대선후보 측까지 나서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권교체를 위해 `원팀`이 돼도 모자란 상황에서, 경선버스가 채 출발도 하기 전부터 삐꺽거리는 모양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경북 구미시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당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표적인 ‘친윤석열계’ 인사로 불리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쓴 ‘약속의 땅’(A promised land) 표지 사진을 올리며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고 했다.

앞서 경준위가 주최한 행사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잇따라 불참한 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이 당내 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몰아붙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여름휴가 중인 이 대표는 즉각 SNS에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반박글을 올렸다. 이어 “돌고래팀(윤 전 총장 측)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며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재차 정 의원이 “오바마의 좋은 글을 올렸을 뿐인데…참 딱하다”고 받아치며 물러서지 않았다.

당 지도부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 대표가 토론회 개최를 밀어붙인다면서 경준위의 `월권 논란`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합동토론회 또는 TV토론 이런 것이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는데, 그것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권한”이라며 “그걸 경준위가 하겠다고 나서는데, 권한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막무가내로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경준위가 출범할 때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런 것을 하겠다고 보고한 적도 없고 하라고 용인한 적도 없다”면서 “후보자들 보고 나오라 하고, 안 나오면 그것을 근거로 해서 비판을 하니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불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 큰 국민의힘 재선의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김 최고위원이 경준위의 토론회 강행을 문제 삼자,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측은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자중해달라”고 반발했다. 유 전 의원 대선캠프의 오신환 상황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준위는 최고위원회로부터 당헌·당규에 규정된 경선룰을 제외한 모든 일정과 내용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확인된다”며 “이런 경준위의 결정을 김 최고위원이 무시하는 행태에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공격했다.

윤 전 총장 등은 아직 당의 요청을 받지 못했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직 캠프 관계자로부터 얘길 못 들었다. 당에서 요청이 오고 캠프에서 얘기하면 적극 검토하겠다”며 “어떤 이슈나 특정 방식의 검증 내지는 면접이나 토론에 당당하게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공식적으로 통지받지는 못했지만 통지가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 “원칙론적으로, 당내 경선은 당의 단합된 모습도 보여주고 국민께 우리 당의 후보들이 자기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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