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P] '투스톤' 이준석·윤석열, 갈수록 짙어지는 신경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른바 '투스톤'(준스톤과 윤스톤)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윤 전 총장은 이 대표가 주도한 당 대선주자 행사에 연이어 불참했다.
윤 전 총장이 다른 대선주자의 당내 행사 보이콧을 요청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살면서 당 대표와 일정 보이콧 문제로 싸우는 후보는 본 적이 없다"며 "결국 (지도부와) 주도권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당내 다른 대선주자도 윤 전 총장에 대해 "간판이 필요해서 입당했나" "당을 '개무시'하고 대표를 무시한다"며 공세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가 18일, 25일 대선주자 토론회 일정을 확정하면서 다시 한번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신경전의 과정을 돌아봤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기 전 이 대표는 '대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제기하며 입당을 압박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대해서도 "아마추어 티가 나고 아직은 준비가 안된 모습"이라며 "입당을 하면 조직적으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전 총장 측은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 "손해를 보더라도 입당은 천천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이른바 'X파일'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이 당내 인사가 아니기에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은 없다"면서 "입당한다면 약속한 비단 주머니를 어떻게든 펼치겠다"고 했다. 입당 전에는 당외 인사에 대한 당 차원의 공식적인 비호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은 윤 전 총장 캠프에 국민의힘 인사들이 합류하면서 격화됐다. 지난 6월 29일 윤 전 총장 출마 선언식에는 권성동·정점식·유상범·윤주경 등 국민의힘 현역 의원 20여 명이 참석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중진 연석회의에서는 당내 중진들이 일제히 윤 전 총장을 엄호하며 지도부를 성토했다.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은 "우리 당에서 (야권 후보들을) 관리해야 한다. 후보들이 난립해서 각자 한마디씩 하다 보면 당의 존립 자체가 우스워져버린다"며 "당의 조직과 정책으로 후보를 관리하고 함께 가는 기본 틀을 당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을 향해 "명시적으로 (대선주자 캠프에서) 직을 맡고 공표하는 행위는 당내 주자들에게 하라"며 경고했다.
이에 당내 친윤(친윤석열)으로 꼽히는 의원들이 반발했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 "쓸데없는 압박을 윤 전 총장에게 행사해선 곤란하다"며 비판했고, 권성동 의원 역시 "윤 전 총장 지지율을 위험하다고 평하는 것은 정치평론가나 여당 인사가 할 말이지, 제1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할 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후 윤 전 총장 캠프 총괄실장을 맡게 된 장제원 의원도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 위험해 보인다"며 "이것이야말로 자해 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당협위원장 4명에게 '징계' 엄포를 놓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8월 중에 (윤 전 총장이) 입당을 하지 않고 경선 열차가 출발하면 (당협위원장에게) 당연히 제명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에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하는 것이 도리"라며 전격 입당했다.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윤 전 총장 캠프로부터 입당 3시간 전에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입당식에는 이 대표와 김기현 원내대표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입당식에는 당내 대외협력위원장인 권영세 의원과 장제원·최형두·유상범 의원 등만이 참석했다.
이 대표는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도 '기습' 입당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일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원래 2일에 입당하는 것으로 사전에 양해가 있었는데 중간에 정보가 유출됐다고 해서 일정을 급하게 변경한 것으로 이렇게 알려졌다"며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사전에 준비 없이 전격 입당했으니 어색한 장면이 연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기획한 대선주자 대외 행사에 윤 전 총장이 불참하면서 윤 전 총장과 이 대표 간 갈등은 당내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도 확산됐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모처럼 당에서 준비한 행사를 이런 식으로 보이콧하면 과연 '원팀 경선'이 될까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라디오 방송에서 "당에는 부랴부랴 들어왔는데 정치가 무엇이고 당에 함께하는 동료들이 무엇인지, 여기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는 것"이라며 "간판이 필요해 대학 가는 학생 같은 느낌"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당내 친윤파 의원들도 반발했다. 정진석 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을 돌고래에 빗대 "우리 당 후보 가운데는 이미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다"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모아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경준위가 추진하는 대선후보 토론회를 두고 당내 '집안싸움'이 지속되는 양상이다. 지난 10일 경준위는 18일, 25일 두 차례 당내 대선주자 간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캠프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떤 원칙과 기준을 통해 (토론회) 참석자를 정하고 어떤 주제로 진행하는지 들어보겠다"며 참여를 유보했다. 또 다른 캠프 인사는 "14명이나 되는 주자가 한꺼번에 참여한다는 건데 토론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원 전 지사는 앞서 이날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경준위 월권' 문제를 제기하며 "이 아이디어 상당 부분이 이 대표 자신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라디오 방송에서 "경준위가 본연의 임무에 맞는 역할을 하는지도 돌아봐야 하고 월권으로 보는 분들도 실제 있다"고 가세했다.
휴가 중인 이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경준위 역할은 당헌·당규 변경이 필요한 사안(5대5 경선 룰)을 제외한 나머지 경선 과정 일체라고 명시해 (최고위에서) 의결했다"며 "아무 문제없는 일들이 그냥 특정 후보들의 유불리에 대한 이전투구 속에 소비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친윤파 의원들을 향해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팀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박제완 기자·이은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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