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시작도 안했는데 '위태위태'..'잡음' 끊이지 않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대선후보 경선 돌입을 앞두고 당내 갈등에 휩싸였다.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준석 대표의 주도권 갈등은 날선 표현을 동원한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경선준비위원회의 토론회 진행과 경선 방식 결정을 두고 대선후보들 간 찬반 논란도 불거졌다.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당내 분열부터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표적인 '친윤'(친윤석열) 인사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또다시 온라인 설전을 벌였다.
당내 최다선(5선)인 정 의원은 11일 오전 페이스북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쓴 '약속의 땅' 표지 사진과 함께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을 올렸다.
앞서 이 대표가 당 공식 행사에 잇따라 불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데 대해 재차 공세를 취한 것으로 풀이됐다. 당대표가 대선주자들을 압박할 게 아니라 지원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앞서 정 의원은 "멸치, 고등어, 돌고래는 생장 조건이 다르다. 우리 당 후보 가운데 돌고래로 몸집을 키운 분들이 있는데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한데 모아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총장을 돌고래, 다른 후보들을 멸치, 고등어에 비유한 것이다.
그러자 여름휴가 중인 이 대표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팀(윤 전 총장 측)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을 하이에나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저는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쿠나 마타타 노래라도 같이 부르면서 좋은 사람들의 조력을 받으면 사자왕 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동물들은 영화 '라이온 킹'에 등장한다. 멧돼지(품바)와 미어캣(티몬)은 주인공 사자(심바)의 친구이자 조력자다. 하이에나들은 악역인 심바의 삼촌 스카와 결탁하는 캐릭터다.
정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바마의 좋은 글을 올렸을 뿐인데… 참 딱하다"고 받아쳤다.
경선준비위의 전날 9월 15일 1차 컷오프(8명), 10월 8일 2차 컷오프(4명)를 골자로 한 경선 일정과 방식을 확정했다. 1차 컷오프에 앞서 이달 18일과 25일에 정책토론회를 연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경준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원 전 지사는 "경선준비위원회의 독단이 선을 넘었다. 저는 어제 이준석 대표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경준위는 월권하지 말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그런데 경준위는 바로 경선 일정과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대표 임무는 경선 심판 보는 자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경선 프로그램 아이디어 내는 자리일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당대표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전력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경준위를 통해 경선 과정에 개입한다는 비판이다.
당 지도부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경준위의 월권 문제를 제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 측도 반발하고 있고, 또 최고위원인 저도 반발하고 있는데 권한이 아니라고 그만큼 얘기해도 막무가내로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경준위가 출범할 때 (토론회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고, 그런 것 하겠다고 보고한 적도 없고, 하라고 용인한 적도 없다"며 "경준위 본래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권한 밖의 행위이고 강행하려는 의도도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 측은 김 최고위원의 월권 발언을 규탄했다. 오신환 상황실장은 "경준위 결정을 김 최고위원이 언론과 SNS를 통해 무시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경선준비위원회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여 심도있게 논의한 결과를 이렇게 무력화시킨다면 왜 경준위가 필요하단 말인가"고 반문했다.
윤 전 총장 측에서도 토론회 진행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윤 전 총장은 이 대표와 갈등설을 일축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입장에서는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그렇게 비치는 것이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제 입장에서는 (이 대표와) 갈등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그동안도 잘 소통을 해왔다"며 "그렇게 비치는 것이 저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근데 그런 걸 좀 해소할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검토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18일 열리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 참석 여부에는 "저도 아직 캠프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못 들었다. 당에서도 공식적 요청이 아직 없었던 거 아닌가 싶은데 요청이 오면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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