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기승인데 2차 접종률 15%.."집단면역 불가능, 접종 전략 바꿔야"
"추석 전 3600만명 1차 접종해도 집단면역 불가능"
"중증·사망 예방하려면 고위험군 접종 먼저 마쳐야"
4차 코로나19 대유행 확산세가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것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 영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델타 변이는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이 수십배 강하고, 기존 백신의 예방효과도 떨어진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방역은 물론이고 백신 접종 전략도 델타 변이에 따라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화이자·AZ 1차 접종, 델타 변이 예방효과 30%대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발표를 보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한 주 동안 델타 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73.1%로 전주보다 11.6%포인트 높아졌다. 모더나는 1차 접종에도 델타 변이 예방 효과가 80% 이상을 유지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의 경우 1차 접종만 하면 델타 변이의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다. 영국 공중보건국(PHE) 의료 역학 자문위원 등에 따르면 화이자 1차 접종의 델타 변이 예방효과는 35.6%, 2차 접종은 88%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차 30.0%, 2차 67.0%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8일 모더나 백신 수급 불안을 이유로 모더나⋅화이자 백신의 1, 2차 접종 간격을 4주에서 6주로 늘렸다. 정은경 추진단장은 접종 간격을 미룬 것에 대해 “델타 변이 대응을 위해서는 신속한 접종 완료도 중요하지만, 입원이나 중증 예방을 위해 1차 접종자를 확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차 접종을 받으면 델타 변이에 감염되더라도 중증 또는 사망을 예방하니 2차보다 1차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정부가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에서 주로 쓰이는 기존 백신의 델타 변이에 대한 효능이 1차 접종에서는 효과가 떨어지는데, 2차 접종 물량을 1차에 돌려 쓰는 정부의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전략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 “전 국민 70% 집단면역은 허상…프레임 벗어나야”
국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인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이 포문을 열었다. 오 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델타 변이는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는 아예 다른 바이러스다”라며 백신 접종 전략을 다시 짤 것을 주문했다.
오 위원장은 “접종률이 60%를 넘긴 이스라엘 등의 사례를 보면 델타 변이로 인한 확산세는 예방접종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며 “(전 국민) 70%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을 언급하는 것은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단면역 프레임 탓인지) 접종 역량이 고령층이 아니라 아래쪽(젊은층)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전 국민 70%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은 정부의 백신 접종 전략의 근간이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면역을 갖추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지 않을 것이니 백신을 맞지 않는 주변 사람들도 예방 효과를 누리는 전략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추석 전 3600만명 접종을 목표로, 집단면역의 목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위원장의 설명대로라면 현재 상황에서 이런 간접 예방 전략은 성립하지 않는다. 1차 접종자의 델타 변이의 예방 효과가 30%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계획한 목표를 맞추려다보니 접종 간격을 6주까지 연장해가면서 1차 접종률을 올리려고 한다”며 “예방접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고위험군 사망자 감소 원칙을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했다.
◇ “젊은층 접종 확대보다 고위험군 부스터샷 더 필요”
김우주 교수의 말대로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난 현재 연령별 접종률은 들쑥날쑥하다. 8월 첫째 주 기준 60대 1차 접종률은 92.9%지만, 2차 접종을 마친 접종 완료율은 8.99%에 불과하다. 이는 50대의 접종 완료율 8.73%와 별반 차이가 없다. 고위험군으로 꼽히는 70대 접종 완료율도 42.35%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여기에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률이 80%가 넘는 요양시설 등에서 2차 접종을 마치고 6주가 넘은 돌파감염이 다수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부스터샷’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렇게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고령층, 돌파감염 위험에 노출된 고위험군이 즐비한데, 전 연령대 접종 전략을 펼치다 보면 정작 사망률이 높아지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4차 유행에서 목표는 중환자와 사망자를 줄여서 의료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라며 “2차 접종자를 늘리고,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완료가 우선이 돼야 한다”고 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치명율이 낮은 젊은층에 백신 접종을 확대하기보다 돌파감염 위험이 있는 요양시설 고위험군 부스터샷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델타 변이 때문에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현재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고령층에서도 90% 가까운 사망·위중증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학과 교수는 “4차 대유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원칙을 벗어난 주먹구구 행정 때문이다”라며 “과학적 근거 없는 3600만명 접종, 집단면역이라는 숫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백신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까지 고위험군 위주의 접종 전략을 짜야 한다”며 “확진자 숫자를 못 낮춘다고 하더라도, 사망자 숫자를 줄이는 전략”이라고 했다.
정부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린 것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지적도 있다. 모더나사(社)가 권고하는 백신 2차 접종 간격은 4주(28일), 화이자 백신은 3주(21일) 간격이다. 의료계에서는 “mRNA 백신의 경우 2차 간격이 벌어지면 접종 효능도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접종 간격을 최대 6주 이상으로 늘린 국가들도 원칙적으로는 백신별 정해진 접종 간격이나 유럽의약품청(EMA) 지침에 따라 2회 접종하고 있다. 미국 CDC도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6주 간격으로 접종할 수 있다고 했을 뿐, 미국 내에서도 접종 간격을 준수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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