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한국탁구, 양궁처럼 간다..랭커 우대없이 무한경쟁
[스포츠경향]
한국 양궁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원칙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메달도, 이름값도 아닌 실력만 태극마크를 보장한다. 17살의 막내 궁사 김제덕(경북일고)이 가장 활을 잘 쏜다는 이유로 뽑힌 것이 대표적이다.
수십년간 다져왔던 저변 아래 무한 경쟁을 유도해 누가 국제 무대에 나가도 웃을 수 있는 양궁의 저력이다. 남·녀 양궁 국가대표 6명은 코로나19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그 까다롭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두 번이나 치르며 4개의 금메달을 안겼다.
양궁의 선전에 자극받은 다른 종목들이 벤치마킹에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국내대회 성적이 중요한 양궁의 종목별 특성을 감안할 때 모든 종목이 그 선발 방식을 무조건 따를 수도 없고, 따라서도 안 된다.
도쿄올림픽에서 노 메달의 수모를 겪은 탁구는 양궁이 선보인 예외없는 경쟁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탁구 역시 신유빈(17·대한항공)이라는 걸출한 새내기를 배출했다. 제2의 신유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다 어린 선수들이 마음껏 태극마크를 겨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탁구가 이번 올림픽에 남·녀 세계랭킹 최고 선수 1명과 선발전 1위, 추천 선수 1명씩을 국가대표로 선발한 규정을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얘기다. 선수 개인이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탁구의 종목별 특성도 최근 국제탁구연맹(ITTF)의 새로운 유권 해석으로 해소됐다. 임용수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은 “양궁의 선전을 보면서 랭킹이나 추천으로 더 이상 선수를 뽑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 생겼다”며 “ITTF도 각국협회가 올림픽 티켓을 내부 선발을 통해 배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는 이름값으로 국가대표를 뽑는 마지막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탁구협회는 남녀 5명씩 파견할 수 있는 이번 대회는 기존 규정에 따라 세계 랭킹이 가장 높은 남녀 선수 2명씩(장우진·정영식·전지희·서효원)을 선발한 뒤 남은 6명을 17일부터 무주에서 진행되는 선발전으로 뽑는다. 임 부회장은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규정을 바꿀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실력만으로 선수를 뽑겠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 탁구의 부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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