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엉터리 초동수사' 군사경찰에 '불기소' 권고 논란
피해자 최초 신고 녹취파일 존재 알고도 확보 노력 안 하는 등 부실 수사 의혹
수사심의위, 징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고의성' 성립 안 된다며 불기소 의견
반면 공군본부 공보정훈실 장교 2명에 대해선 '기소' 의결
변호인 "녹취 파일 요구 강제 안 했고, 규정에 따라 공보 활동했다" 반박
국방부 검찰단은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초동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했는데, 수사심의위는 이를 형사처벌할 정도라고 판단하지는 않은 셈이다.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전날 오후 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열린 7차 회의에서 수사계장 황모 준위와 대대장 고모 중령이 받고 있는 초동수사 관련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불기소'로 의결했다.
또한 공군본부 공보정훈실장 이모 대령과 공보과 총괄장교 정모 중령이 받고 있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로 의결했다.
수사위 심의 결과는 의견서 형태로 국방부 검찰단에 전달되며, 검찰단은 심의 의견을 존중해 처분할 예정이어서 엉터리 초동수사를 한 군사경찰은 형사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높다.
가해자 조사 하기 전 '불구속' 방침, 녹취파일 확보 안했는데 "고의성 인정 안 돼"
숨진 A중사가 3월 2일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은 뒤,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3월 8일 범죄혐의 인지보고서에 장 중사에 대해 '불구속' 의견을 기재했다. 17일에 첫 가해자 조사를 하기도 전이었다. 그가 변호사를 선임했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댔다.
게다가 A중사는 3월 2일 성추행 피해 직후 차에서 내려 같은 부대 선임 김 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내용은 김 중사 휴대전화에 녹취파일로 저장됐다. 그런데 군사경찰은 김 중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확보하지 않았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사경찰 수사관이 '녹취 자료를 제출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김 중사가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고 제출하겠다'고 답했는데, 그 뒤 추가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관련해 전창영 조사본부장(육군준장)도 국방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피의자 조사나 증거자료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끝낸 다음에 결정해야 맞는데, 조금 섣부른 결정을 했다고 본다"고 보고했다고 신원식 의원은 전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8일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 김 중사가 A중사와 한 대화를 녹음해 보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김 중사가 A중사가 숨진 뒤인 6월 1일쯤 가해자들에게 불리한 증거인 녹취파일을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단은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소속된 정보통신대대장 김모 중령이 개입했다는 사실도 확인해 두 사람을 증거인멸 혐의로 지난달 2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원들은 군사경찰이 이런 식으로 수사를 진행한 일이 통상적으로 수사에 걸리는 기간과 관행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며 직무유기 '고의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다수결로 판단했다. 징계할 사항이긴 해도, 형사처벌할 일은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군사경찰 단계 수사에서 허점이 컸는데, 이런 부분들이 검찰 수사에서 어느 정도 그대로 이어지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A중사가 숨진 뒤 초동수사가 두고두고 문제가 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는 법리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납득하기는 어려운 결과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날 A중사 아버지는 국방부를 항의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백한 피해사실이 진술서에 적시돼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구속 의견을 제시한 군사경찰대대장과 수사계장을 기소하지 말라는 이유가 뭐냐"며 관련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검찰단이 공군이 했던 '엉터리 초동수사'를 통해 만들어진 자료만 심의위에 제출하는 바람에 심의위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공보정훈실, 녹취파일 통해 언론 대응 시도…직권남용 혐의 적용
국방부 검찰단은 수사를 진행하며 공보정훈실장 이모 대령과 공보과 총괄장교 정모 중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 선상에 올렸다.
사건 관계자와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국방부 수사 관계자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에서도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상적인 공보 활동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자세한 내용은 수사 중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공보정훈실은 언론 공보를 담당한다는 특성상 군 외부에 있는 기자들과도 접촉하며, 동시에 군 내부의 여러 조직과도 광범위하게 접촉한다. 국방홍보훈령 27조에 따르면 사건사고 발생시 관련 부서나 기관, 수사기관은 공보계통 언론대응 조치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때문에 해당 수사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두 사람은 김 중사와 접촉해 A중사와 통화했던 내용을 녹음했던 파일을 확보해 언론 보도에 대응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논리다.
하지만 두 사람을 변호하는 최장호 변호사는 "김 중사에게 강제로 파일을 요구하지 않았고, (2차 가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레이더정비반장 노모 준위가 사건 보도 직후 언론 인터뷰를 요구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사실관계를 확인하면서 해당 파일을 요구했다"며 이를 모두 부인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두 사람에 대해 해당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실제 기소가 이뤄지면 공보정훈병과장인 이 대령은 기소휴직, 정 중령은 보직해임될 전망이다.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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