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와 김연경, '여제'의 품격이란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고 싶다는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의 꿈은 어느새 당당한 현실이 되어,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그 이상의 것을 꿈꾸게 했다. 개인의 영달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작금의 시대에, 그녀의 행보는 새삼, 현존하는 세계에 대해 사려깊게 둘러보게 하는 무언의 압박이다.
동계 올림픽에선, 한국에게 불모지였던 피겨 스케이팅의 판을 전복시킨 김연아 선수였다. 2010년 벤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온 국민의 갈망을 얹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 조금 편해질 법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고된 빙판의 여정 위에 올랐다. 가장 큰 목적은 후배들에게 올림픽의 문을 열어주는 것, 그러니까 후배들과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2013년 ISU 세계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를 금빛으로 채운 그녀의 프리 스케이팅, ’레 미제라블’이 유독 우리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 미제라블’에 실린 이야기 자체도 사랑에서 비롯된 헌신과 희생에 관한 것이니 보는 이들, 특히 한국인들이 김연아에게 느끼는 감정은 숭고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하계 올림픽, 국내외 배구계를 압도하는 실력만큼 찰진 욕설로 유명한 김연경 선수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도 김연아 못지 않게 혹독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인 동시에 모든 여자 배구인들의 45년된 꿈인 올림픽 메달을 위해 해외 유수의 클럽을 뒤로 하고 국내로 복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 배구계 전체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얼룩져 휘청거리는 상황을 맞닥뜨려야 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국가대표로서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여정인만큼, 자신을 필두로 꾸려진 올림픽 팀을 데리고 도쿄에 끝까지, 그러니까 매달전까지 남아 있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물론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하겠다. 하지만 이 모든 우둔한 반응은 보란듯이 전복되었다.
김연경은 올림픽 사전 인터뷰해서 본인이 했던, 앞에 놓인 경기 하나, 하나를 치르다 보면 8강, 4강 한단계씩 오를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실현하기라도 하는 듯, 매 경기마다 팀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며 승리를 거두어 가더니, 마침내 4위라는 경이로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사실 결과도 결과인데 그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묵직하게 흔들었던 건 김연경을 중심으로 한 여자 배구팀이 보여준 ‘원팀’으로서의 모습이었다.
그녀가 경기 중에 건네는 격려와 독려의 눈빛과 표정, ‘해 보자, 해 보자, 후회 없이’ 등과 같은 말들은 함께 뛰는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왔고, 함께 뛰는 선수들이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을 위해 보인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은 척박한 상황에서도 기어코 승리의 형태를 일구어내는 힘이 되었다.
모 드라마의 대사를 빌려 ‘함께 한 시간과 서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나타날 수 없는 모양새로, 학교 폭력 논란으로 큰 상처를 입은 배구계로서는 치유의 가능성은 물론이고 그의 방향성까지 보여주는 장면이 되겠다. 그뿐인가. 적지 않은 친구들이 배구 선수 되기를 희망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배구에 흥미를 갖게 되었으니, 실추되었던 명예 또한 회복되는, 그야말로 전화위복의 형국이다.
나 혼자만이 아닌, 함께 누리기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애씀이, 그러한 관계에서 흘러나오는 공동체의 돈독함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며, 오래전 잃어버린 감각을 되살아나게 한 결과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삶과 성공을 나누는 기쁨을 누리는 공동체에 대한 감각.
개인의 삶과 성공을 위해서 타인을 경쟁상대로 여기며 온갖 방법의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이겨야 한다는 쓴 소리 속에서 자라온 오늘의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김연아와 김연경, 이들이 공통으로 지닌 명칭인 ‘여제’가 단순히 특출 난 실력을 보유한 것 이상의 의미를 띠는 까닭이며, 우리는 ‘여제’로서의 온전한 품격을 발휘하고 있는 이들의 존재가 더없이 귀하고 고맙다. ‘여제’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김연경 개인SNS]
김연경 |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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