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이 아르테미스 발목 잡나..NASA 감사보고서 "우주복 개발 안돼 2024년 유인 달탐사 불가능"

조승한 기자 2021. 8. 1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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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내년 국제우주정거장(ISS) 시험 먼저 진행"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19년 10월 새로운 우주복의 컨셉을 공개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새로운 우주복이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새로운 우주복 개발에 2년이 더 필요해 2024년까지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계획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NASA 감사실이 밝혔다.

NASA 감사실은 10일(현지시간) “NASA는 우주복 두 벌을 준비할 때까지 우주복 개발에 10억 달러(약 1조1535억 원) 이상을 지출할 예정이고, 개발 기한은 이르면 2025년 4월이 될 것”이라고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보고서는 “우주복 개발 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NASA가 현재 계획중인 2024년 말 유인 달 착륙은 실현가능하지 않다”고 썼다.

미국은 2024년까지 달에 우주인을 다시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중이다. NASA는 2019년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한 아르테미스 계획을 토대로 2024년까지 우주인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앞서 2028년으로 계획했던 유인 달탐사 계획을 4년 앞당긴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을 이어 받아 2024년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만, 올해 초 인수인계팀에서 일정이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2024년 목표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주복 개발 엔지니어인 크리스틴 데이비스 NASA 존슨우주센터 연구원이 2019년 우주복 공개 행사에서 새 우주복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NASA 제공

감사보고서가 지적한 우주복은 선외이동탐사유닛(xEMU)이라고 불리는 아르테미스 맞춤형 우주복이다. NASA는 국제우주정거장(ISS)용 우주복은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1970년대 개발된 우주복이다. 달은 그늘에선 영하 250도, 태양 아래에선 영상 250도까지 올라 극한의 일교차를 보인다. ISS용 우주복은 달의 이런 극한 환경을 견디거나 달의 토양 위에서 걷기에도 적합하지 않다. 달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기에는 더욱 부적합하다.

이에 따라 NASA는 아르테미스 계획을 위한 신형 우주복 개발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NASA의 우주복 디자인과 목적은 정부의 우주 개발 우선 순위가 조정될 때마다 덩달아 변경되는 등 부침을 겪어 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NASA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우주복 개발에 4억2000만 달러(약 4845억 원)를 지출했다. 그럼에도 달 탐사를 위해 2025년까지 6억2520만 달러(약 7213억 원)를 더 투자해야 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1972년 아폴로17호에 탑승했던 NASA 우주인 해리슨 슈미트가 달에서 무언가를 줍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모습이다. 새 우주복은 달의 환경에 맞춰 활동할 수 있도록 제작될 예정이다. NASA 제공

2019년 xEMU 프로그램이 발표될 당시만 해도 우주복 개발 일정은 2024년 유인 달 착륙까지 1년가량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NASA의 자금 부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에 의한 NASA 연구시설 폐쇄,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보고서는 NASA가 2021년 우주복 개발을 위해 2억900만 달러(약 2415억 원)를 요청했지만 실제 받은 예산은 5900만 달러(약 682억 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및 제어장치, 생명 유지 시스템은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잦았다. 보고서는 우주복 개발에 27개에 이르는 많은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는 점도 일정 지연의 요인 중 하나로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10일 트위터에 “주방에 요리사가 너무 많은 것 같다”며 너무 많은 기업이 우주복 개발에 관여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페이스X는 자사의 유인우주선인 ‘크루 드래건’용 우주복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 우주복도 달 탐사에 활용할 만큼 기술적으로 정교한 우주복은 아니다. 머스크는 “필요하다면 스페이스X도 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스페이스X가 우주복 개발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NASA의 신형 우주복 xEMU 개발에 참여하는 업체들이다. NASA 제공

우주복 개발 일정 지연이 아르테미스 계획의 유일한 위협은 아니다. 이미 감사실이나 정부 회계감사국 등은 NASA의 달 착륙선과 유인 탐사용 대형 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의 개발 지연으로 2024년 유인 달 탐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NASA의 항공우주안전 자문 패널도 “급박한 일정이 엔지니어들에게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NASA는 여전히 일정 조정을 통해 2024년 유인 달 탐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캐시 루더스 NASA 인간탐사 책임자는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에 “우주복 개발 일정을 조정해 2022년 6월까지 ISS에서 우주복 테스트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이후 달 주위 비행과 달 착륙에 나서겠지만, 우선은 ISS 시연이 먼저”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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