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 축소된 훈련 빌미로 긴장유발 말고 인도적 협력에 호응해야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첫날인 10일부터 이틀 연속 담화 형식을 통해 한미훈련을 맹비난했다. 첫날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11일엔 대남정책 총괄 조직인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김영철 부장이 위협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달 27일 관계 개선 기대를 불러일으킨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을 이전의 불통 상태로 되돌렸다. 남북 정상 간 합의에 따라 통신선을 재개통한 지 불과 2주 만의 일이다. 김여정 부부장이 남측과 미국을 싸잡아 비난한 데 이어 김영철 부장은 엄청난 안보 위기를 느끼게 해줄 것이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두 담화에서는 모두 구체적인 대응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남북 간 정기통화 불응으로 연락 채널 재단절이란 첫 조치를 실행한 셈이다. 한미가 대화 국면 만들기를 염두에 두고 방어 위주의 비적대적 훈련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등 일정 수준 성의를 보였는데도 말이다.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의례적, 상투적 대응이라고 친다 해도, 긍정적인 평가는 전혀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나오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김 부부장은 북한이 한동안 언급하지 않은 주한미군 철수 주장 카드까지 꺼내 들어 그러잖아도 교착된 국면을 더욱 꼬이게 한다.
김여정 부부장은 한미를 향해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철 부장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 줄 것"라고 했다. 북한의 그간 대응 방식에 비춰 유사시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 시위를 불사하겠다는 경고로도 들린다. 그간 제기돼 온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과도 관련됐을 수 있다. 북한은 재작년 8월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2일 차 때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쏜 적이 있으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북한이 애초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내세운 것이 대남, 대미 무력 시위를 위한 명분 쌓기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든다. 병력 실기동 없이 치러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연습에 이렇게까지 과도하게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종전이 아닌 정전 상황 속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마당에 훈련 없는 군대가 있을 수 있는가. 북한이 이번에 무력 도발을 벌인다면, 당분간은 한반도 평화의 시계를 다시 돌리기가 한참 더 어려워진다. 그럴 경우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에는 더 치명적인 국면 악화가 된다. 그렇다면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축소된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크든 작든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화와 협상엔 상대방이 있고, 어느 한쪽이 원하는 대로만 되지 않는 게 상식이다. 양보와 절충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에 보이는 태도는 매우 일방적이다. 북한은 '김여정 하명' 논란으로 남한 내 대북 여론이 악화한 현실도 잘 봐야 한다. 이런 분위기는 정부의 운신 폭을 좁혀 대북 정책을 제한받게 하는 요소가 된다. 북한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진정으로 추구한다면 융통성 있는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시 일방적으로 단절한 남북 간 통신을 재개해야 한다. 통신선은 군사 우발 충돌 등 돌발 상황을 막는 중요한 수단인만큼 걸핏하면 끊어버리는 행태를 버리고 남북 관계의 상수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한미훈련에 대한 불만 표시라서 당장 복원이 안 된다면, 훈련이 종료되는 즉시 되살리는 조치가 최소한 요구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주장과 경고 하나하나에 휘둘릴 것 없이 중심을 잘 잡아 대응하며 정세가 더는 악화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길 바란다. 남북 간에는 코로나19 대응뿐 아니라 북한에 닥친 막대한 수해로 인해 인도적 협력이 가능한 사안들이 적지 않다. 남북이 당장 정치, 군사적으로 접점을 찾지 못한다해도 인도적 협력 분야에서는 얼마든지 물꼬를 틀 수 있는 시기다. 우리 정부의 일관된 적극적인 주문에 북한이 열린 태도로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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