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에 배신당했다"는 北..한미훈련 대응 수위 어디까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무력 도발도 배제 못해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북한이 우리 군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사전연습' 실시와 관련해 연이어 비난 담화를 내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 주 '본훈련'도 예정대로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관련 대응이 어느 수준까지 전개될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오전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한미훈련을 겨냥, "(남한이)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은 당 총비서 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지난 1일과 10일 한미훈련 비난 담화에 이어 북한 내 대남 관련 부서의 비난 담화가 재차 등장한 것이다.
김 부장은 담화에서 앞서 남북 통신연락선이 13개월 만에 복구된 사실을 의식한 듯, 우리 남측에 '선택의 기회'를 줬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측이 남북관계 개선 대신 한미훈련 실시를 선택했다고 "잘못된 선택으로 (남한)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북한은 우리 군의 한미훈련 사전연습 실시에 따른 첫 조치로 전날 오후부터 남북 통신선 정기통화에 '무응답'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이 아직 공식적으로 통신선 차단을 언급하지 않았단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남북한은 지난달 27일 정상 간 합의에 기초해 북한이 일방적으로 차단했던 당국 간 통신선 및 군 통신선을 13개월 만에 복구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 연락채널 가동 중단에 이어 지난 3월 전반기 훈련 당시 예고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부서 또는 남북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을 우선 폐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부장이 담화에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주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해갈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으면서 나아가 2018년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파기도 북한의 추가 조치에 포함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올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언급한 군사력 강화 차원에서 적정수준의 연속적인 무력시위를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은 올 전반기 한미훈련 직후인 3월21일엔 서해상에서 단거리 순항 미사일을, 같은 달 25일엔 동해상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2발씩 발사했었다. 즉, 북한이 이번 한미훈련과 관련해서도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무력도발을 감행하며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그간 연구·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까지 감행할 지를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SLBM 발사를 '레드라인'(한계선)을 넘는 행위로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임 교수는 "북한은 연초부터 국가경제·민생경제와 관련한 절실한 현안 해결에 집중해왔다"며 "미국이 첨단무기 등을 동원해 북한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한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의 연이은 담화는 연합훈련 중단 외의 다른 보상도 빨리 제시해보라는 압박성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차 위원은 "북한의 메시지가 통신선 복원에서 강경조치 다짐에 이르기까지 단기간 내 널을 뛴 건 북한 나름의 조바심과 상부 정책결정체제의 혼란을 암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한미훈련과 관련해 모종의 무력시위를 벌이더라도 이후 한미 당국의 대응에 따라 대화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등으로 북한 내 사정이 악화된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서 "(북한이) '벼랑 끝 전술' 을 통해 긴장을 최고조로 올린 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행태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박 교수는 "북한 입장에선 통신선 복원이란 유화적 조치를 취한 이후 한미가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인 연합훈련을 강행한 것이기 때문에 이후 북한의 모든 행동이 정당화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arro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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