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4·19 정신으로 맞서야 할 언론봉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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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시대 역행의 악법이다.
물리적·폭력적 탄압, 법적·제도적 재갈 물리기, 경영의 숨통을 틀어막는 경제적 통제 등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을 위협해 왔다.
중재위원회는 언론 보도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법정 단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론 자유의 근본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에서 64년의 관행을 벗어던지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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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언론학
더불어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시대 역행의 악법이다. 크게 두 가지 독소 조항이 지적된다. 언론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과, 해당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수준으로 배상 하한을 설정한다는 조항이다. 언론 피해 액수를 어떻게 산정해서 5배를 물리느냐도 애매하거니와 언론사 매출의 1만분의 1 이상의 징벌적 배상을 물리겠다는 발상도 어처구니없다.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려는 게 아니라, 보복과 과도한 처벌로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겠다는 의도다. 비판적 논조의 언론에는 매출 규모와 상관없이 터무니없는 보상액을 부과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 명목으로 신문·방송사를 폐쇄 지경까지 이르게 하겠다는 취지가 숨어 있다.
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언론 탄압 수법은 다양하다. 물리적·폭력적 탄압, 법적·제도적 재갈 물리기, 경영의 숨통을 틀어막는 경제적 통제 등으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을 위협해 왔다. 광복 이후 좌우익 대립기와 1950년대 자유당 시절에는 폭력이 동원됐고, 유신 시절에는 경찰·보안사·안기부 정보원들이 경쟁적으로 언론사에 상주하다시피 했다. 검은 지프가 기자를 ‘남산’으로 불법 연행하는 사례도 흔했다. 중앙정보부를 의미하는 은어가 남산이었다. 세무조사를 해 감당하기 어려운 세금 폭탄을 안기고 사주(社主)를 구속해 길들이려 했던 민주화 이후의 사례도 있었다.
이번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 통제 기구로 악용하려는 시도가 눈앞에 다가왔다. 중재위원회는 언론 보도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법정 단체다. 민·형사 소송으로는 비용도 부담스럽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이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조정 기한을 명시해 신속한 피해 구제를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기구다. 1981년 설립 이후 40년 동안 언론 분쟁을 간편하게 조정하고 반론권 제도를 활용하여 피해자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중재 불성립 경우에는 법정으로 가서 신속히 처리하여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 열려 있는 전치(前置) 제도다. 과도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고 언론사를 보복하려고 설립한 기관이 아니다.
중재위원회법 개정 반대에 나선 언론 단체 가운데 특히 관훈클럽에 주목한다. 1957년 창립 이래 대외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제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중견 언론단체다. 언론 자유, 언론의 질적 향상을 지향하면서 언론노조 문제도 가장 먼저 연구했지만, 정치적 사안에는 의견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전통을 지켜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언론 자유의 근본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라는 인식에서 64년의 관행을 벗어던지고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적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60년 역사의 여기자협회도 동참했다. 상아탑에 칩거하던 대학교수들이 4·19 때 거리로 나와 민주화 시위를 벌이던 사태에 비견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언론은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 사실을 보도하고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독재에 저항하고 이 나라의 민주화에 앞장서 왔다. 오늘의 민주사회를 이룩한 원동력은 언론이었다. 그 막중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기도는 전 언론계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지식인이 힘을 합쳐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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