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암모니아'에서 '그린수소' 뽑아내는 기술 국내 첫 개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암모니아 분해 반응기 개발 성공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그린암모니아에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원이 암모니아 분해 반응기의 밸브와 센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뽑아내는 ‘그린수소’ 기술이 국내에서 처음 개발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정운호 수소연구단 책임연구원 팀이 고온·고압에서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기 핵심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암모니아(NH₃)는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자연에서 바로 얻을 수 없고 질소(N)와 수소(H)를 합성해서 만든다. 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소를 먼저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수소로 만든 암모니아를 다시 분해해 수소로 만드는 기술은 오랫동안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호주 남서부 해안의 풍력발전단지나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의 태양광발전단지에서 풍부한 바람과 햇빛을 이용해 싼값에 전기를 생산하면서 전기분해를 이용한 수소 생산 단가가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암모니아 생산 단가도 낮아졌다. 

이렇게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그린수소를 활용해 제조한 암모니아를 ‘그린암모니아’라고 부른다. 그린암모니아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그린암모니아에서 분해한 그린수소도 경제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은 크게 세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암모니아를 고온에서 질소와 수소로 분해한 뒤 상온에서 잔류 암모니아를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상온에서 압력변동흡착(PSA) 공정을 이용해 99.97% 이상의 고순도 수소만 분리해낸다. 

정 책임연구원 팀은 도넛 모양의 금속구조체에 촉매를 넣고 열을 가해 암모니아를 수소와 질소로 분해할 수 있는 반응기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반응기에 암모니아가 균일하게 공급되는 최적의 조건을 찾고, 반응을 통해 나온 고온의 분해 가스를 암모니아 예열에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효율을 높였다. 

또 촉매로 사용한 금속구조체 표면에는 나노 촉매를 얇고 균일하게 코팅해 기존에 촉매 활성을 위해 사용하던 금속의 양을 10분의 1로 줄이면서도 암모니아 분해 성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암모니아 분해 촉매반응기를 이용하면 시간당 약 1.8kg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수소차인 넥소의 경우 완충하는 데 수소 5kg가량이 필요한 만큼 3시간이면 수소차 한 대를 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암모니아에서 생산한 수소를 넥소 스택에 공급해 50시간 동안 20kW(킬로와트)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생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그린암모니아로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향후 해외에서 수입한 그린암모니아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경제적으로 수소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하반기에 시간당 약 90kg의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대용량 암모니아 분해 촉매반응기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이현경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