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축구로 물든 그녀들의 일상, 축구에 흠뻑 빠진 女 삼총사 키킷

김태석 기자 2021. 8. 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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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신사동)

▲ 피치 피플

여자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키킷 KICKiT

그녀들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일반 아마추어 여대생 팀들이 각축을 벌이는 K리그 퀸컵이었다. 남자 선수들 뺨치는 멋진 골을 뽑아내는 영상이 여자축구팬들에게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그 주인공은 연세대 여자축구 동아리 W-KICKS였다. 그런데 이 W-KICKS 동아리에는 축구에 흠뻑 빠진 세 명의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있다. 그녀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축구를 보면서 즐기는 여성 축구팬이 아니다. 물론 보는 재미도 즐기지만, 직접 피치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축구를 더 좋아한다. 팬들에게 소소하면서도 진하게 감동을 주는 축구에 푹 빠진 여성 삼총사, 그녀들이 뭉친 그룹은 '키킷'이다.

연세대 15학번 여대생 임선영·김선경·엄다영 씨가 뭉친 '키킷'은 커다란 꿈을 꾸고 있다. 처음에는 축구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동갑내기 여대생들의 추억 남기기가 시작이었으나, 이제는 직접 하는 축구의 즐거움은 물론 축구장 주변의 모든 즐길 거리를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신저 구실을 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게 됐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그녀들이 법인까지 출범시켜 축구계에 도전하려는 이유다. 그녀들은 왜 축구에 흠뻑 빠졌을까?

키킷의 시작

"2019년에 처음으로 키킷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어요. 처음에는 W-KICKS에서 만났는데요. 축구를 직접 하고 싶어 W-KICKS에 들어가게 됐는데, 서로 정말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는 걸 알고 친구가 됐죠. 처음에는 그저 추억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함께하면서 우리가 즐기고 있는 여자축구를 좀 더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물론 전문 선수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하는 축구도 즐겁고 의미가 있다는 걸 보이고 싶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고,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졸업을 앞두고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까지 한 이유죠."

인기 축구 콘텐츠 크리에이터 <슛포러브>에 출연해 빼어난 축구 실력으로 '연세대 디발라'라는 별명이 붙어 화제가 됐던 엄다영 씨의 이야기다. 그저 축구를 즐기자는 모토로 하나로 뭉쳤던 키킷은 축구를 통해 세상에 즐거운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때문에 단순히 그녀들의 영상에는 단순히 이리저리 공을 따라다니며 골을 노리는 경기 영상만 담겨있지 않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 특히 축구와는 무척이나 거리가 멀어 보이는 여성들의 축구를 재미있게 다루고자 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이킷'이라는 프로젝트를 한동안 진행했어요. 축구를 하고 싶은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학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는 여대생들이 멘토링을 해주는 프로그램이었죠. 너무도 즐거운 경험이었죠. 조금 더 채널이 커지면서 이번에는 정반대의 프로젝트도 펼쳐 보였죠. 대학 졸업 후 사회인이 된 여성 직장인들의 축구팀을 만들어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여자들도 축구를 즐기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당연히 아마추어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더 크게 키우고 싶었고요."

그녀들의 슬로건, 축구로 물든 일상

국가대표와 WK리그를 아우르는 엘리트 여자축구계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아마추어 동호인들의 여자축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사실 적은 게 현실이다. 그나마 엘리트 여자축구계는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주목받을 계기도 있지만, 아마추어 여성축구 동호인들은 '괴짜'로 치부되긴 한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무슨 축구냐'라는 편견이 아직 작용하기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축구 경기를 하러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기사님이 '선수냐' '언제 국가대표가 되느냐'라고 물으시더라고요. 경기 중에는 한 심판 선생님께서 '날씨도 좋은데 남자친구랑 데이트하지 이 더운데 왜 축구를 하고 있냐'라고도 하시더라고요. 아직도 축구가 여성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 같아요."

임선영 씨도 그런 경험을 한 바 있다고 웃으며 돌아봤다. 그래서 키킷이 그 벽을 허물 수 있는 수단이 되길 바랐다.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전하게 되면 그 편견을 조금씩 허물고 싶었어요. 어찌 보면 한계라 할 수 있는데, 한번 부딪쳐보자는 생각이었죠. 중요한 건 여자가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여자에게도 축구가 즐겁다는 것이에요. 저희 키킷의 슬로건은 '축구로 물든 일상'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즐기면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즐기고자 하는 모토는 늘 똑같다"

"W-KICKS와 키킷을 하면서 사명감을 가지게 됐어요. 물론 여자축구뿐만 아니라 축구라는 산업 자체가 사실 매력적이진 않아요. 이 판에 도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회사를 만들면서까지 도전하기에는 사실 좋은 아이템은 아니죠. 그래도 한번 시작한 일은 끝장을 보고 싶다는 생각하게 됐어요. 쉽지 않겠지만 우리가 좀 더 넓은 시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실 키킷은 젊은 날의 아름다웠던 초상으로 남기고자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졸업 후 회사까지 만들어 키킷을 이어가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랬더니 김선경 씨는 이렇게 답했다. 시장에 변화의 기미가 보인다고도 했다.

"미국·유럽·일본에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지고 있잖아요. 최근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예능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에요. 축구와 여자라는, 아직은 어색해 보이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을 다한다면 사람들이 즐거워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그 예능에는 연예인들만 출연하지만, 사실 이러한 동호인 여자축구는 그전부터 조금씩 파이를 넓혀가고 있었어요. 지금 아주머니 축구팀들도 정말 많거든요. 한국에서 얼마나 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똑같은 처지에서 출발한 키킷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었어요. 좀 더 저변을 넓히는 일에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녀들이 하려는 축구는 사실 거창한 꿈과는 거리가 멀다. 그녀들은 순수 동호인이기에 국가대표나 프로 선수가 되는 것과는 무관하다. 사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도 고단한 길이다. 그래서 졸업 후 회사까지 차릴 정도로 축구가 좋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들이 웃으며 답했다.

"즐기자는 모토는 늘 똑같아요. 그래서 여성들도 우리들처럼 저렇게 재미있게 축구를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요. 우리들이 진입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닐까요?"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키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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