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못받은 '너는 나의 봄', 어쩌다 갈팡질팡하게 됐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애초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이제 4부만을 남겨놓은 채 끝을 향해 달려가는 tvN 월화드라마 <너는 나의 봄>은 한 마디로 갈팡질팡하고 있다. 김동욱에 서현진 그리고 윤박 같은 배우들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였던 드라마다. 게다가 멜로와 스릴러라는 이질적 장르를 퓨전하며 시작했던 것도, 평이할 수 있는 멜로를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랬던 드라마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지리멸렬한 드라마가 되어버렸을까.
<너는 나의 봄>에서 멜로와 스릴러가 겹쳐질 수 있었던 건 주영도(김동욱)라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강력계 자문의라는 인물을 통해 '정신적 트라우마' 같은 심리적 측면을 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강다정(서현진)이 이른바 '쓰레기 자석'처럼 쓰레기 같은 남자들을 자꾸만 만나고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 건 어려서 그가 아버지의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만든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었다. 또 한편으로 어딘가 냉혹한 이안 체이스(윤박)가 범죄적인 상황에 자꾸 놓이게 되는 것도 과거 이름조차 갖지 못한 채 버려진 트라우마 때문이다. 그러니 이 두 인물 사이에서 주영도라는 인물은 멜로와 스릴러라는 두 양상의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드라마 시작점에 펼쳐 놓았던 잔혹동화 같은 분위기는 이 멜로와 스릴러의 접합점을 제대로 기대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 좋은 시작은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채준(윤박)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쌍둥이 형인 이안 체이스가 등장하면서 스릴러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지만, 그것이 강다정과 주영도 사이에 만들어지는 멜로와 겉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이야기가 하나로 묶여져야 시너지가 생길 텐데, <너는 나의 봄>은 마치 두 개의 다른 드라마를 억지로 연결해 놓은 듯한 완성도의 결함을 드러냈다. 이러다 보니 연쇄살인이 벌어지는 스릴러들은, 평이한 멜로의 자극제처럼 활용될 뿐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이미나 작가는 분명 멜로에 능숙하다. 인물이 어떤 상황에서 갖게 되는 심리와 감정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 인물들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화학작용을 잘 그려낸다. 말장난처럼 인물들이 툭툭 던지는 대사도 나름 묘미가 있다. 하지만 스릴러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숨겨 놓았던 진실을 툭 터트리는 반전의 묘미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대신 '저런 일이 왜 벌어졌지?' 하는 충격적인 전개만 먼저 던져 놓는 것이 스릴러라 생각한다. 하지만 스릴러는 너무 범인(진실)을 일찍 드러내서는 긴장감이 빠지지만, 그렇다고 꼭꼭 숨겨서는 시청자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혼돈만을 주게 된다.
지금까지 나온 스릴러적 사건들을 보면, 분명 채준(실제 이름은 최정민이었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고 타살이었고, 그를 죽인 범인은 본래 이안 체이스를 노렸지만 채준을 그로 착각해 살인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예전 그 범인이 했던 무언가(아마도 살인)를 젊은 이안 체이스가 목격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다시 찾아와 그 목격자가 이안 체이스인가를 확인하려 했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비서를 살해한 범인은 마치 이안 체이스가 비서를 죽인 것처럼 꾸미고 도망친 것. 하지만 범인 역시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데, 그 누군가는 역시 이안 체이스와 연관된 인물로 보인다.
이처럼 거의 후반부에 이르렀지만 여전히 추정할 수밖에 없는 스릴러적 사건들은 시청자들을 곤혹스럽게 만든다. 그 진상이 궁금할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은 이렇게 최소한의 단서들을 좀더 드러내주지 않는 작가에 답답함을 느낀다. 대신 드라마는 멜로로 가득 채워진다. 강다정과 주영도 사이에 벌어지는 달달한 멜로와 주변인물들과의 훈훈한 우정과 관계들이 드라마의 전반을 채운다.
하지만 멜로에 있어서도 강다정과 주영도가 느닷없이 이별국면을 맞이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웃해진다. 갑자기 심장을 부여잡고 교통사고를 낼 뻔하며 쓰러지는 주영도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도 당혹스럽지만, 심장이식을 받은 주영도가 심장에 무리가 되지 않기 위해 연애 자체를 하지 않아야 하고 그래도 잠시나마 강다정을 마음에 들이려 했지만 결국 포기하게 된다는 설정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물론 강다정과 주영도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냉담한 말들을 쏟아내는 장면은 그 대사만으로는 충분히 감성을 자극할 만하다. 특히 주영도가 강다정에게 '쓰레기 자석'이라 일부러 얘기하며 자신을 '쓰레기'라 말함으로써 이별의 상처를 덜 주려 노력하는 대사나 강다정이 오히려 화를 냄으로써 주영도가 조금은 더 이별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려는 그런 대사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도 이들이 왜 이런 이별을 갑자기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공감대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저 휘발되는 면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너는 나의 봄>은 힘겨운 현실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힐링과 위로를 전하려는 드라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힘겨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건 그에게 '봄' 같은 존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봄에 눈발이 날려도, 그 겨울 같은 날씨에도 꽃을 틔우는 나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 강다정이 그 힘든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머니나 동생이 자신의 봄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고, 주영도 역시 자신을 형제처럼 걱정해주고 장난치는 친구들이 봄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안 체이스가 그런 비정한 인물이 된 것 역시 그에게 그런 봄 같은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 괜찮은 메시지를 향해 가는 도정에서 멜로와 스릴러의 접합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고 또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론 아직 4회 정도의 분량이 남아 있어 어떤 뒷심이 나올지 예단하기 어렵지만, 드라마가 어떤 과정을 보였는가는 때론 결과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보다 확고하고 과감한 선택으로 멜로와 스릴러의 양상을 모두 챙겨 넣으면서 하려던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면 어땠을까. 아쉬운 작품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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