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예술원 거듭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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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예술원을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기호 소설가가 작품과 국민청원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
문학단체 진영의 영향을 받았거나, 예술원 회원에 대한 사감(私感)으로 과격한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예술원 회원 대우와 임기, 선출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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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대한민국예술원을 개혁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기호 소설가가 작품과 국민청원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 소설가(小說家)가 대설(大說)을 터트린 셈인데, 문화계에서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작가는 “예술원을 폐지하라”는 글을 언론매체에 썼다.
이런 목소리의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야기들도 흘러다닌다. 문학단체 진영의 영향을 받았거나, 예술원 회원에 대한 사감(私感)으로 과격한 비판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들이 근거가 없진 않다. 그러나 ‘대설’을 논하는 민망함을 무릅쓰고 화두를 던진 자칭 ‘부장급’ 중견 소설가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예술원은 공적이 큰 예술가를 예우하고 창작을 지원하는 국립 기관이다. 이번에 예술원 회원 대우와 임기, 선출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중 핵심은 선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이 불공정하면, 그렇게 뽑힌 회원이 매달 180만 원의 연금을 받고 종신 임기를 누리는 것 역시 부당하기 때문이다.
예술원 정원은 100명인데 현재 회원은 87명이다. 문학 27명(정원 28), 미술 17명(25), 음악 19명(22), 영화·연극·무용 24명(25) 등이다. 대부분 자기 분야에서 뚜렷한 성취를 이뤄 이 나라의 문예 영토를 기름지게 만들어 온 원로들이다. 그런데 각 분야에서 “어떻게 이 분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회원들이 있다.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공적이 더 큰데 회원이 되지 못한 대가가 많다”는 부정적 인식이 예술계에 퍼져 있다.
이번에 문학계에서 문제 제기를 했는데, 역설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타 분야는 “원로들에게 밉보이면 죽는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다. 한 음악인은 “기존 회원이 신입 선출에 자기 파벌 사람들만 심는데,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고 했다. 미술 분과도 마찬가지이다. 정원에서 8명이 결원인데 올해 새 회원을 뽑지 못했다. 일부 회원이 자기 인맥만 밀어 표가 분산된 탓이다.
신입회원은 각 분과에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추천해 총회 의결을 거쳐 뽑는다. 기존 회원 동의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그동안 이와 관련한 로비 등 악소문이 무성했다. 예술원 책임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선출 과정을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란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힘센’ 일부 회원이 ‘내 사람’에게만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기회에 영화·연극·무용이 합쳐서 정원 25명으로 타 분야보다 훨씬 적은 것이 합당한지도 살피기를 제안한다.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하는 게 옳기 때문이다.
예술원은 67년이나 된 기관인데도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국민이 많다. 회원들이 이번 사태를 불쾌히 여기기보다 소통 기회로 삼아야 하는 까닭이다. 명실상부한 대표 문화기관이 될 수 있도록 내실을 기하기 위해 개혁 논의에 마음을 열어줬으면 한다.
정부는 개혁을 충실히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명분으로 개입을 제도화하는 것은 개혁 아닌 ‘개악’이다. 예술원은 정치, 이념에서 철저하게 독립적이어야 한다. 예술원 회장과 문체부 장관이 곧 만난다는데, 그런 원칙에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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