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건물주 하정우 '경제적 손실' 주장한 이유는 [종합]

[스포츠경향]

하정우가 초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한 배경과 이들의 일부 변론이 대중의 비판에 직면했다. 이선명 기자

배우 하정우가 혐의를 인정했으나 변론 과정에서 나온 변호인의 발언에 비판 여론이 쏠리고 있다.

하정우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 참석해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하정우는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성형외과에서 프로포폴을 10차례 이상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은 약식기소를 결정했지만 법원은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해 그를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마약취급자와 공모해 2019년 19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하고 타인의 인적 사항을 건네주는 등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동종 범죄 전력이 없고 이 사건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며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또 추징금 8만8749만원을 명령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정우와 변호인단은 혐의와 증거를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정우는 “많은 관심을 받는 대중 배우가 더 신중하게 생활하고 모범을 보여야 했는데 피해를 입혀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사회에 기여하는 건강한 배우가 되겠다. 저의 과오를 만회하고 빚을 갚을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정우 변호인은 “피고인은 평소 피부 트러블이 상당했을 뿐 아니라 여러 작품을 함에 있어 필수적인 메이크업, 특수분장 등으로 피부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며 “이 사건 불법성이 미약한 점을 참작해달라”고 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이 사건이 언론에 드러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많은 타격을 입은 상황으로 배우로서 활동도 못 하고 경제적 손실이 크다”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형이 선고되면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라고 말했다.

하정우는 10일 회부된 재판에 출석해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연합뉴스

또 다른 변호인은 “경제적 타격을 입고 손해배상을 한 건도 있다”며 “소속사 직원들의 생계도 있고 새로운 영화와 드라마를 앞두고 있는 만큼 관계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미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변호인단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자 하정우를 향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수 채의 건물주로 알려진 하정우가 불법 행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발언하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서는 변호인단의 발언과 하정우가 여러 채의 건물을 매입한 기사가 공유되면서 그를 향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다만 하정우가 언급한 경제적 손실은 그가 출연하거나 촬영을 앞둔 영화의 개봉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정우가 출연해 개봉을 앞둔 영화는 ‘보스톤1947’ ‘야행’ ‘피랍’ ‘수리남’ 등 다작이다. 하정우의 형량 여부에 따라 영화의 촬영과 홍보 일정 등이 변경될 수 있고 이는 제작·관계사들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이들의 피해가 막심할 경우 하정우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여지도 있다.

이는 하정우가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린 배경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법무법인 바른, 가율, 율촌, 태평양 등 국내 10대 로펌으로 불리는 곳 중 4곳의 변호인단 10명을 선임하는 등 재판에 총력을 기울였다.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마주한 하정우는 ‘변호인단 10명을 선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나중에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며 “특별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