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없는 삶이 행복해"..두팔 없는 의수화가, 6년7개월만에 성경 완필

전지현 2021. 8. 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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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창우 화백, 하루 4~6시간씩 작업해
화선지 분량만 5km 넘는 성경 완성
석창우 화백
38년전 2만2900V 전기에 감전돼 양팔을 잃은 석창우 화백이 의수에 의지해 하루 4~6시간씩 붓글씨로 써내려가 기독교 성경과 가톨릭 성경 두 권을 6년 7개월만에 완필했다.

서예와 크로키를 접목해 '수묵크로키'란 영역을 개척한 석 화백은 지난 2015년 1월 30일 기독교 성경 필사를 시작해 2017년 8월 20일까지 3년 6개월만에 완필한데 이어 가톨릭 성경을 지난 7월 27일 마무리했다.

그가 써내려간 성경 필사는 길이 25m, 폭 46cm 두루마리 화선지 총 205개 분량으로 총 길이가 5125m에 이른다. 필사에 사용된 붓만 17자루다.

석 화백은 "만 60세 환갑이었던 지난 2015년 양팔이 절단된 채 중증장애인으로 30년을 살아왔지만 장애인의 삶속에서 여호와(하느님)의 섭리를 깨달았고 그 감사함의 표현으로 성경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제게 양팔이 있던 30년의 삶과 양팔이 없던 30년의 삶을 생각해 보니 양팔이 없이 살아왔던 삶이 훨씬 행복했던 거예요. 그래서 여호와께 감사했고 그 보답을 생각하다 성경 필사를 시작했어요."

그는 코로나19로 전시와 강연 등의 기회가 취소돼 오직 성경필사와 그간 해 보고 싶었던 색채 작업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을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병원 십자가와 예수 십자가가 일치하는 것을 활용해 코로나19 퇴치 메시지를 전하는 새로운 작업을 해왔다.

이번 필사를 위한 재료 중 먹물과 붓 17자루는 명신당 필방에서 후원했고, 가톨릭성경책은 윤광식 성동문화원장이 후원했다.

성경 필사에 사용된 붓
석창우 화백의 성경 필사 작품
동양 서예와 서양 크로키를 접목해 인체를 소재로 수묵크로키 장르를 개척한 석 화백은 2014년 소치 동계패럴림픽,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폐막식에서 수묵크로키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의 작품은 초등학교 학습만화, 중학교 교과서 6종, 고교 3종 등 11종 교과서에 게재되고 영국 BBC 월드뉴스와 일본 NHK 뉴스, SBS '스타킹', KBS '아침마당', MBC 성탄특선 다큐멘터리 등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석창우 폰트체를 개발해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했으며 2020년에는 이상봉 패션쇼에도 출연하는 등 대중에게 그의 예술세계와 삶에 대한 열정을 알리고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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