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확산에 4단계도 속수무책.. "현추세면 2300명 넘을 수도"

김명지 기자 2021. 8. 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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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최악의 시나리오 '8월 중순 2331명' 근접
방역전문가들 "델타 변이는 다르다..다른 접근 필요"
"구멍 난 방역체계 정비하고 진원지 찾아내야"
서울시 송파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숫자가 사상 처음 2000명을 넘어섰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시작된 4차 대유행이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에도 수그러들기는커녕 백신 수급 차질, 여름 휴가철과 맞물려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 하루 확진자 숫자가 2300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루 확진자 2331명은 질병청이 지난달 8월 중순 최악의 시나리오로 제시한 숫자다. 국민들은 한 달째 고강도 거리두기로 지쳐가는데, 정부가 제시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는 정부 방역대책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하루 최대 확진자 숫자 2주 만에 경신

11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22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7일 역대 최고치 1896명을 2주 만에 경신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650명, 경기 648명, 인천 107명으로 수도권이 65.5%(1405명)을 차지했다. 이어 강원(219명) 경남(139명) 부산(125명) 충남(84명) 대구(66명) 경북(66명)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감염재생산지수는 0.99.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숫자를 토대로 이번 주에는 수도권 확진자 숫자가 정체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확진자 숫자가 1000명대를 유지하는 가운데, 여름철 휴가지로 각광받는 강원, 경남, 부산 등 비수도권 확진자 숫자가 급증했다.

이런 급증세는 지난달 정은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의 전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고, 질병관리청 최악의 시나리오와도 얼추 맞아떨어진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감염세가 지속되면 8월 중순 하루 확진자 숫자가 최대 2140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보다 앞서 질병청은 “최악의 경우 8월 중순 2331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이런 전망은 ‘오후 6시 이후 2인 이하 사적 모임 금지’ 등과 같은 정부의 고강도 거리두기 대책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우리 국민이 정부 지침에 따라 한 달 넘게 고강도 거리두기를 실행 중인데도, 최악의 시나리오가 그대로 현실이 된 것이다.

◇ “지금이라도 역학조사로 감염 진원지 찾아내야”

일각에서는 정부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포함된 ‘방역 강화’ 조치 무용론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는 잡지 못하면서, 국민과 자영업자 소상공인들만 힘들게 한 유명무실한 대책이었다는 것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 공습을 막기에 정부의 방역 조치는 역부족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초고강도 대책’이라고 내놨지만, 사적 모임만 제한했을 뿐 감염의 진원지를 원천 차단하지 못해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1차 접종률 40%로는 확진자 숫자 감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가 내놓은 사적 모임 숫자만 제한하는 식의 방역 대책으로는 전염병 확산세를 막기 역부족이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사적모임을 막아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 쇼핑몰, 공적 모임은 숫자 제한을 풀어 뒀는데, 어떻게 확산세를 잡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이번 4차 대유행을 감염력이 강한 델타 변이가 주도할 것을 예상해 기존과 다르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길병원 교수는 “델타 변이는 기존의 코로나 바이러스와는 아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면서도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대책을 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막아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역학자료 분석을 통해 확산의 진원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업종이나 장소를) 집합금지 하는 식으로 방역 대책을 전면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마 위원장은 “국민들이 장기간 거리두기 등으로 지친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연휴를 맞이해 ‘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식의 단순 협조 요청만 해서는 방역에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루 확진자 숫자가 1000명 후반대에서 2000명 초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재훈 교수는 “한번 늘어난 확진자 숫자를 줄이려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4단계보다 단계를 높일 수도 없고, 백신 접종률이 당분간 빠르게 오르기도 힘들어 보인다”며 “하루 확진자 숫자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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