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투성이 '더 로드', 진실은 과연 어디에

아이즈 ize 글 조이음(칼럼니스트) 2021. 8. 1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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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 혹은 비슷한 상품일 경우 소비자는 눈길을 끄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막을 올린 tvN 새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이하 '더 로드', 극본 윤희정, 연출 김노원)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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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조이음(칼럼니스트)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을 때, 혹은 비슷한 상품일 경우 소비자는 눈길을 끄는 디자인을 선택한다. 이는 드라마 시청자에게도 해당한다. 전체적인 이야기, 배우와 제작진에 대한 기대감 등이 드라마 시청 선택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제목이다.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 같기도 한 드라마의 제목은 그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 막을 올린 tvN 새 수목드라마 ‘더 로드 : 1의 비극’(이하 ‘더 로드’, 극본 윤희정, 연출 김노원)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주인공이 목적지를 향해가는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식 이야기일까. 그럼 부제처럼 붙은 ‘1의 비극’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제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지난 4일 베일을 벗은 이 드라마는 제목만큼이나 미스터리하다. 녹음이 짙은 숲에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백수현(지진희)과 서기태(천호진)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듯한 긴장감 속에 드러난 두 사람의 관계는 사위와 장인. 과감한 취재로 많은 사랑을 받는 전 국민적 앵커 백수현은 장인이 얽힌 대규모 정경유착 비리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이를 눈치챈 서기태는 백수현의 보도를 막기 위해 방송국 윗선까지 손을 뻗는다. 어마어마한 대기업 총수인 서기태의 압박에도 백수현은 그대로 직진, 국장과도 이야기되지 않은 특종을 생방송으로 공개한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끝까지 의혹을 파헤치겠다”고 약속한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상위 1%만이 거주할 수 있다는 성역의 장소, 로얄 더 힐로 향한다. 그곳에는 가면을 쓰고 행복과 평온을 연기하는 이들만 존재한다. 제 불안이 타인 앞에서 드러나는 순간, 이는 약점이 된다는 걸 분명하게 아는 그들. 때문에 로얄 더 힐 사람들은 제 위상을 지키기 위해 웃는 낯으로 모든 걸 가린다. 로얄 더 힐에서 열린 자선행사의 밤, 화려한 배경을 가진 쟁쟁한 사람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예기치 못한 유괴사건이 벌어진다. 아이 아빠 백수현과 엄마 서은수(윤세아)는 패닉에 빠지고, 제 아이를 살리기 위해 백수현은 백방으로 노력한다.

 

유괴범은 아이의 목숨 값으로 큰돈을 요구하고, 이에 백수현은 장인 서기태에게 도움을 청한다. 손자의 유괴 사건을 기회로 여긴 서기태는 백수현에게 조건을 내걸며 흥정하고, 백수현은 장인의 제안을 모두 받아들인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백수현이 준비했던 돈과 그의 차가 사라진다. 그리고 1화 말미, 죽은 아이가 백수현과 서은수의 아들 백연우(김민준)가 아닌, 연우의 친구 최준영(남기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같은 시각 백연우는 서기태의 집 침실에 곱게 잠들어 있었다.

 

‘더 로드’는 유괴 사건 사이, 로얄 더 힐 사람들의 의뭉스러운 행적을 함께 나열한다. 온몸에 진흙과 핏자국을 묻힌 채 귀가한 국회의원 황태섭(김뢰하), 서기태의 유언장에 자신과 아들 서정욱(조성준)의 이름이 없음을 확인하고 “다 죽여버리겠다”고 이를 가는 그의 부인 배경숙(강경헌)만 해도 충분히 의심스럽다. 여기에 사건이 벌어진 시간, 최남규(안내상)의 딸 최세라(이서)는 서정욱과 나쁜 짓을 하고 있었고, 다정한 줄만 알았던 서은수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서늘한 얼굴을 드러낸다. 연우의 소식을 듣고 찾아온 서은수 여동생의 남편 오장호(강성민)은 “나도 아이를 볼 자격이 있다”는 말로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 드라마는 각종 미스터리 문학상을 석권한 일본 추리 소설가 노리즈키 린타로의 ‘1의 비극’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에는 현재의 행복한 가정을 깨트리지 않기 위해 양아들을 끌어안고 친아들의 죽음에 안도하는 비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중심으로 인간의 이중성과 모순적인 혈육의 정을 묻는다.


'오인 유괴'라는 원작의 뼈대에 화려한 배경을 지닌 이들을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어 감춰진 진실을 좇는 ‘더 로드’. 감추고 싶은 비밀,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욕망을 저마다 품고 있는 등장인물 모두에게는 사건을 벌일 그럴듯한 동기와 시나리오가 있다. 때문에 시청자는 모두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전작을 끝낸 지 두 달 만에 대본에 끌려 ‘더 로드’를 택했다는 지진희는 검은 욕망을 숨긴 국민 앵커 백수현으로 완벽 분했다. 원작의 주요 내용을 내레이션으로 소화하며 캐릭터의 속내를 대변, 이야기의 중심을 이끈다. 윤세아는 다정한 듯 서늘한 서은수에 녹아들었다. 아직까지 이렇다 할 비밀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궁금증을 가장 자극한다. 특히 이들은 대상 배우 천호진과의 대립에도 밀릴 듯 밀리지 않는 강렬함으로 ‘더 로드’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차서영 역의 김혜은은 모든 면에서 가장 솔직한, 그래서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다소 오버스러운 전개마저 찰떡같이 소화, 눈길을 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남편 찾기의 재미에 더욱 치열한 두뇌 싸움이 더해진 ‘더 로드’ 속 범인 찾기. 얽히고설킨 캐릭터, 섬뜩하기까지 한 이들의 행적이 밀도 높은 구성에 녹아들었다. 과연 등장인물들은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을까. 원작과는 또 다른 자극적인 이야기로 통각을 마비시킬듯한 매운 서사가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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