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증명 모두 해낸 롯데 막내, 꼭 해명하고 싶은 한 가지 [창원 인터뷰]

최익래 기자 2021. 8. 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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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션을 초월한 대체선수 발탁.

비난의 화살이 발탁을 결정한 주체가 아닌, 선택당한 선수에게 향하면서 마음고생이 있던 것도 사실.

박민우의 태극마크 자진반납으로 대체선수 발탁됐을 당시, 전반기 전반기 17경기서 ERA 8.07로 고전했던 것을 근거로 비난 여론이 거셌는데 이를 결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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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스포츠동아DB
포지션을 초월한 대체선수 발탁. 여기에 눈에 보이는 전반기 지표가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니 논란이 일었다. 비난의 화살이 발탁을 결정한 주체가 아닌, 선택당한 선수에게 향하면서 마음고생이 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생애 첫 성인무대 태극마크에서 증명과 성장 모두 해냈다. 그런 김진욱(19·롯데 자이언츠)도 꼭 하나 반박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신력 논란이다.

김진욱은 2020도쿄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발탁돼 4경기에서 2.2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ERA) 0을 기록했다.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고졸 루키가 강심장을 증명하며 자신의 몫을 해냈다는 자체가 의미 있었다. 김경문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와 선배들 모두 김진욱의 구위에 엄지를 세웠다. 박민우의 태극마크 자진반납으로 대체선수 발탁됐을 당시, 전반기 전반기 17경기서 ERA 8.07로 고전했던 것을 근거로 비난 여론이 거셌는데 이를 결과로 증명했다. 성장이 아닌 증명하는 자리에서 증명과 성장 모두를 한번에 해낸 셈이다.

그럼에도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크다. 올림픽 종료 후 만난 김진욱은 “내 ERA가 10.00, 아니 11.00이었어도 메달을 땄다면 행복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막상 그렇게 됐으면 또 아쉬워했을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 성장 욕심이 많은 선수. 김진욱은 “아마추어 때부터 과정을 중시했는데 대표팀에서는 결과가 중요했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더 생겼다”며 “메달과 바꿀 수 있을 만큼 좋은 경험했다”고 돌아봤다.

롯데 김진욱이 10일 창원 NC전에 앞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오승환, 차우찬, 고우석 등 대선배들과 방을 함께 쓰며 많은 것들을 묻고 배웠다. 이야기 주제는 야구부터 일상까지 다양했다. “골판지 침대 얘기를 듣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잠을 잘 잤다”, “김연경 선수를 실제로 몇 차례 봤는데 아우라가 느껴져서 말도 못 걸었다”, “오승환 선배에게 탁구 내기를 먼저 제안했는데 져서 꿀밤을 진짜 세게 맞았다”며 선수촌 에피소드들을 늘어놓을 땐 영락없는 스무 살 소년이었다.

그런 김진욱이 꼭 하나 바로 잡고 싶은 게 있다고. 바로 정신력 논란이다. 올림픽 메달 수확 실패의 이유는 객관적인 전력과 준비 과정의 문제였다. 그러나 대회 직후부터 일부 야구원로들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김진욱은 “투지가 없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국가를 대표해 나온 건데 투지가 없고 노력이 안 보인다는 건…. 선수들 모두 한마음으로 이기려 했다”며 “한국 야구가 다른 나라에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황을 보면 부족한 부분도 있다. 나 역시 밀리지 않기 위해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 패배 후 주장 김현수부터 양의지 등 주축 선수들 모두 눈물을 흘리느라 미팅 진행이 어려웠을 정도였다. 승리 욕심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던 장면.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올림픽이든 정규시즌이든 지고 싶어서 경기하는 선수들이 어디 있나. 정신력 지적은 분석과 첨단으로 승부하는 지금 시대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적은 표본이지만 자기 확신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성장할 것을 다짐했다. 국가대표 김진욱의 첫 국제대회는 아쉬움으로 가득했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있다.

창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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