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동산 때문에 모두가 불편해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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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라는 책이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결혼 준비를 하는 기자는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을 '다큐멘터리'로 실감하고 있다.
4년 전에 결혼했던 한 친구는 "당시 전셋값이면 강북 어디라도 갭투자는 가능했다"면서 "그러지 않은 것이 인생 최악의 실수"라고 가슴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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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두가 기분 나쁜 부동산의 시대’라는 책이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결혼 준비를 하는 기자는 이 책의 도발적인 제목을 ‘다큐멘터리’로 실감하고 있다. 30대 중반에 결혼을 준비하느라 오랜만에 만난 또래 친구들과의 대화는 결국 집 얘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집을 가진 친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다. 아직 집이 없는 친구들의 대화에는 ‘이러다 평생 내 집 마련을 못 하겠다’는 불안과 조바심이 묻어나왔다. 4년 전에 결혼했던 한 친구는 “당시 전셋값이면 강북 어디라도 갭투자는 가능했다”면서 “그러지 않은 것이 인생 최악의 실수”라고 가슴을 쳤다. 폭등한 전셋값에 투룸에서 월세로 신혼살림을 시작한 후배는 기자에게 “형은 그래도 전세니 살만하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조금 서두른 덕에 집을 가진 친구는 그럼 행복할까. 그들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고 했다. 한 지인은 “10여년전 집을 살 당시에는 큰 부담 없이 샀던 집인데, 몇 년 새 집값이 너무 올랐다”면서 “문자 그대로 실거주 목적인데 월급 벌어 세금 내느라 정신이 없다”고 푸념했다. 무주택자와 다른 점이라면 이 지인은 푸념하면서도 집을 사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하고 나면 아파트를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따로 어울릴 거에요. 두 집단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주제가 없거든요”라던 한 취재원의 조언 아닌 조언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사실 5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 아파트’는 취업·결혼 시기 또는 전세·매수 성향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대출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의 생활방식과 투자방식에 따라 전세나 월세를 선택하기도 했다.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변동한다는 믿음이 있으니 조금 늦게 사도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사소한 운이 작용했을 당시의 결정들은 이제는 근로소득과 재테크로는 도무지 넘기 힘든 경제적 장벽을 만들었고, 사람들이 나뉘는 기준이 됐다. 지난 3월 기준 한국부동산원의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지수는 17.8을 기록했다. 중위 가구가 17년 8개월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서울에서 중위가격의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한 친구는 “서울 아파트는 이미 신계(神界)의 영역이라 앞으로 꿈도 꾸지 못하게 됐다”며 “무슨 놈의 결혼이냐”고 손사래 쳤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대(代)를 잇는 자산의 불평등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망가진 부동산 시장이 사회적 균열까지 일으키고 있지만, 그나마 이심력을 줄이기 위한 키는 결국 순 공급이다. 많은 전문가가 세금 규제와 다주택자 규제, 임대차 규제가 집값을 잡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을 부추겼고 부작용만 양산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말로만 공급을 앞세울 뿐, 실패로 드러난 규제들을 여전히 밀어붙이고 있다. 더구나 여권 대선 주자들은 여기가 자유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나라가 맞는지 의심케 할 공약만 쏟아내고 있다.
최소한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시간이지 않을까. 어색해진 친구 사이를 다시 가깝게 해줄 사람이 누구인지 잘 살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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