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통신 복원 후 계획된 강경행보..협상 대비냐 도발 명분 쌓기냐
3월 예고한 '대남 대적 3대조치' 취할 듯
통신선 복원 때부터 제기된 우려..정부, 왜 대비 못했나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 삼아 복원된 지 보름이 채 되지 않은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끊어버렸다. 대외적으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협상 의제로 살리고, 대내적으로는 국방력 강화 및 대남 적대조치의 명분을 마련한 모양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우리 국가를 적으로 간주해 진행하는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려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한은 전날 김여정 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난했다. 북한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정기통화에도 응하지 않았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을 명분으로 다시 강경자세로 돌아선 것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동엽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통신연락선 복원 당시 “북한은 향후 정부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한미연합훈련은 한미 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문제”라며 “화해와 신뢰 분위기를 띄워놓은 상태에서 어그러진 책임을 한국에 넘기면서 명분도 확보하고 강도도 세질 수 있다. 아주 계산된 타이밍에 계산된 소재로 접근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북미 협상을 고려했든, 향후 무력 도발을 고려했든 정세를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한 계산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신선 복원에서 강경조치 다짐으로 단기간 내에 메시지가 널을 뛰는 건 북한 나름의 조바심과 상부 정책결정체제의 혼란을 암시한다”며 정부에 보상조치를 요구하기 위한 압박성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전날 김여정 부부장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힌 다음날 즉각 ‘대남 업무’를 담당하는 김영철 부장이 담화를 발표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김 부장이 전면에 나선 건 지난해 6월 노동신문을 통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함께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고 “북남 사이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1년 만이다.
홍 실장은 “대남국면이 위축된 시기에 등장했던 김 부장이 다시 나온 것은 대남 영역에 징벌적인 대응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지난 3월 김여정이 담화에서 언급한 3가지 대남 대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금강산 관광지구에 대한 남측 시설물 철거 등의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북한 외무성과 군부에서 후속담화를 발표할 수 있으며 “연락채널 가동 중단이 1단계 조치라면 2단계 행동조치로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 긴장을 단계적으로 고조시키면서 대남부서를 폐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선 복원 시점에 한미 훈련은 이미 예정된 일정이었던 만큼 정부의 대응이 안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북정세 분석 전문가는 “정부가 안일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김여정 담화가 나왔을 때 정부 차원에서 원칙을 밝히는 발표가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이미 미중 대결구도 속에서 남북·북미 관계를 풀려고 하고 있다”며 “미중관계를 북한이 어떻게 인식하는지 전략적인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통일부 당국자는 “오늘 김영철 부장 담화는 어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재확인하는 내용으로 본다”며 “향후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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