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데이트] '더 수어사이드' 집 나간 팬 돌려세울 심폐소생술
아이즈 ize 글 김수정(칼럼니스트)
기대 반 우려 반의 마음으로 극장에 들어섰다. 2016년 개봉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1편이 선사한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제임스 건 감독이라도 다 죽어가는 시리즈를 살릴 수 있을까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트라우마를 완벽히 치유했으니. 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이야기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1편은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의 실패 이후 DCEU(DC 확장 유니버스) 구축에 중요한 발판이 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작품은 역대급 헛발질을 하며 팬들과 평단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그 혹평의 열기가 얼마나 셌나 하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연출한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은 트위터에 “무릎을 꿇고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라는 멕시코의 전설적인 혁명가 에밀리아노 사파타의 명언을 게재하며 “이 영화는 팬을 위해 만들었다”라고 호소까지 했을 정도였다.
마블이 ‘어벤져스’를 기점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견고히 다진 것과 달리 DC에는 먹구름이 잔뜩 낀 셈이다. 수렁에 빠진 DCEU를 살려낸 건 아이러니하게도 마블 영화를 만든 제임스 건 감독이었다.
제임스 건 감독은 마블 시리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성공적으로 연출하며 그 탁월한 B급 유머 감각과 캐릭터 직조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사회부적응자로 구성된 자살특공대가 쿠테타를 일으킨 섬나라로 급파돼 비밀리에 진행해온 실험의 증거를 완벽히 없애라는 명령을 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 제임스 건의 장기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아낌없이 발휘되었다. 미치광이 할리 퀸(마고 로비), 역량 부족 아빠 블러드스포트(이드리스 엘바), 도트 문양의 레이저를 발산하는 폴카도트맨(데이빗 다스트말치안), 쥐를 다루는 능력을 가진 MZ세대 랫캐처 2(다니엘라 멜키오르), 멍청하지만 귀여운 킹 샤크(실베스터 스탤론)까지. 제임스 건은 DC코믹스에서 건져 올린 캐릭터들에 어딘지 어설프고, 나쁘고, 엉뚱하지만 연민이 가는 매력을 심어놓는 데 성공했다.
등장할 때만 해도 비호감이었던 캐릭터가 엔딩 크레디트가 오를 땐 그 어느 슈퍼히어로보다 근사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세상에서 한 발자국씩 소외된 캐릭터들이 서로 연대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드라마다. 서로 욕하고, 힐난하고, 경쟁하다 종국에는 목표를 향해 의기투합하는. 그러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투닥거리며 싸운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매력에 제임스 건 특유의 거침없는 B급 유머와 올드팝 넘버들이 더해져 그간 DC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캐릭터들에 애정이 가니 많은 인물이 등장해도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우왕좌왕 제 갈길을 잃었던 1편과 달리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시종 빠르고, 유쾌하게 달린다. 몇 캐릭터는 등장과 함께, 또는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죽어버린다. 온갖 사지 절단 장면이 등장하지만, 이 또한 유쾌한 터치로 그려내 객석에선 폭소가 터져 나온다. 액션의 박진감도 빼놓을 수 없다. 거대 스타피시 스타로는 스크린 안에서 압도적 위용을 과시하고, 후반부 붕괴 장면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미국 정부의 패권주의를 꼬집는 풍자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할리퀸의 액션 장면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다. 할리퀸이 등장하는 거의 모든 장면이 압도적이지만, 그 가운데서도 후반부 액션 시퀀스는 오랫동안 회자될 듯하다. 핏빛 드레스에 워커를 신고 잔인하게 살인을 저지르지만 피 대신 꽃이 만개하는 그 장면. 할리 퀸이라 가능했던 장면이고,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다. 이상한 남자일 것 같은 조짐이 보이는 순간 제 손으로 관계를 끊어버리는 할리 퀸의 선택 또한 어찌나 통쾌하던지. 더는 조커와 헤어지고 괴로워하던 할리 퀸이 아니다.
워너브라더스는 이번 작품의 제목을 ‘수어사이드 스쿼드2’가 아닌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라고 지었다. 흑역사는 잊고 새롭게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제임스 건 감독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통해 집 나간 팬도 돌려세울 완벽한 심폐소생술을 선보였다.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악당들이 펼칠 새로운 이야기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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