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되면 지구 뜰 것"..이준석-윤석열, 예고된 갈등?
토론회 보이콧 등 당내 불협화음 악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감정싸움으로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올해 3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뜰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두 사람의 의견 차이가 '예고된 갈등'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에서 이 대표는 "(주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고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며 "(두 사람이 당선 되면) 지구를 떠야지"라고 폭소했습니다.
이어 "난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이민 가겠다고 한 사람"이라고 재차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해당 영상은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직후 공개된 것으로, 같은 날 이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갈등이 예고된 것이었다며 두 사람 간의 신경전이 계속될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한 누리꾼은 "해당 영상은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취임하기 고작 3달 전"이라며 "지금은 당시와 생각이 많이 달라졌겠지만 좀 더 책임감 있게 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윤 전 총장이 지난달 30일 이 대표가 광주로 내려간 사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사전에 상의는 했어야 한다.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라고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지난 2일 이 대표가 윤 전 총장 입당 환영식 당시 15분간 복도에 기다리게 해 패싱 논란과 관련해 이른바 '군기 잡기'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 마련한 행사에 잇달아 불참하자 '힘겨루기' 등의 추측이 나왔고, 최근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가 대선 후보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간의 불편한 감정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 올랐습니다.
국민의힘 경준위가 오는 18일과 25일 2차례 당내 주자 간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자 윤 전 총장 측은 "당 예비후보로 등록한다고 해서 현재 어떤 혜택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불참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경선 일정에 따른 공식 토론회도 아니고 10여 명이 토론하는 게 쉽지 않다. 더욱이 후보 대부분이 '1위 때리기'에 나서 윤 후보를 저격할 게 뻔하다"며 다른 후보를 띄우기 위해 범야권 지지율 1위인 윤 전 총장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또 토론회 기획은 경준위 역할이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이 대표가 지나치게 경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습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경준위가 당헌에 있는 조직도 아닌데 홍보기획안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앞질러 가는 것은 월권"이라며 "(이 대표는) 경선 프로그램에 대해 관심을 끊어야 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경준위는 경선을 준비하는 곳이지 경선을 시작하는 곳이 아니다"며 "토론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구성되고 후보자 등록을 해서 후보자들이 정식으로 겨룰 수 있는 상황이 되면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윤 전 총장 측뿐만 아니라 다른 국민의힘 인사들에게서도 불만이 감지되자 이 대표는 "경준위가 경선의 공정한 관리와 흥행을 위해 고민하는 것에 대해 후보들은 무리한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며 "경기를 뛰어야 할 선수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내면서 본인의 유불리에 따라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드러내는 것은 방종"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대선 주자들이 주목받아야 하는 경선 국면에 이 대표가 주인공으로 나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또 다른 경선 후보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또한 "당 예비 주자들이 모두 모이는 기획 행사들은 '원팀 경선' 취지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오해 위에 불신을 쌓는 자극적인 발언들을 멈추고 정권 교체의 대의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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